열린우리당, 일부 인사 '부적절 처신' 비판

  • 입력 2004년 9월 16일 11시 30분


"보수 인사들의 시국선언에 현직 중앙선관위원이 참여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지난 9일 있던 '각계 원로'들의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시국선언과 관련,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15일 "쿠데타 선봉에 있던 분들이 여럿 있다"고 비판한 데 이어, 열린우리당도 16일 특정 인사를 거론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김갑수(金甲洙) 부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자신을 추천해 중앙선관위원으로 만들어준 한나라당에 대한 깊은 애정을 모를 바 아니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엄정 중립을 지켜야 되는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며 김헌무(金憲武·사진) 변호사를 지목했다.

1940년생인 김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청주지방법원 원장 등을 지냈으며, 2002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난 9일 시국선언 주최측이 발표한 참여인사 중 '법조계 33명' 가운데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동아일보는 지난 15일자에 '헌법에 따라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현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 최근 원로인사들의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3월 대통령에 대한 탄핵강행이 어디에서 출발했는가"라고 물은 뒤, "대통령이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선관위가 경고성 공문을 보냈고, 이를 근거로 한나라당이 폭력적으로 의회쿠데타를 자행하지 않았던가"라고 반문했다.

김 부대변인은 "정치인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중앙선관위의 선관위원이 이렇게 민감한 정치적 행위를, 그것도 탄핵의 주체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헌무 위원의 사과와 책임 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동아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서명은 내 의지로 한 것이 맞다"며 "다만 정치 활동이 아니고 변호사로서, 일반 국민으로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동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지금도 서명을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앙선관위원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당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표를 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이날 해당 논평에서 골프장 경비직원을 폭행해 15일 물의를 일으킨 한나라당 김태환(金泰煥·사진) 의원도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국회의원이 국민을 마구 폭행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정녕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민보호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라고 힐난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어 "그런 무자비한 폭력을 마구 행사해도 되던 시절의 공주님을 모시고 산다고, 그 어떠한 만행도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용인해 주던 그 법을 목숨 걸고 지키겠다는 대표님을 모시고 산다고 이래도 되는 건가"라며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김 부대변인은 "더구나 김 의원이 마구 때린 그 분은 그런 시절 국가보안법의 보호 속에 고위 관직에서 호가호위하던 '가짜 원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 직장에서 명퇴한 뒤 몇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골프장 경비원으로 취직한 이 시대 '진정한 원로'"라며 지난 9일 시국선언에 참여한 인사들을 거듭 비판했다.

이재준 동아닷컴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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