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있던 '각계 원로'들의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시국선언과 관련,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15일 "쿠데타 선봉에 있던 분들이 여럿 있다"고 비판한 데 이어, 열린우리당도 16일 특정 인사를 거론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김갑수(金甲洙) 부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자신을 추천해 중앙선관위원으로 만들어준 한나라당에 대한 깊은 애정을 모를 바 아니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엄정 중립을 지켜야 되는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며 김헌무(金憲武·사진) 변호사를 지목했다.
1940년생인 김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청주지방법원 원장 등을 지냈으며, 2002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난 9일 시국선언 주최측이 발표한 참여인사 중 '법조계 33명' 가운데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동아일보는 지난 15일자에 '헌법에 따라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현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 최근 원로인사들의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3월 대통령에 대한 탄핵강행이 어디에서 출발했는가"라고 물은 뒤, "대통령이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선관위가 경고성 공문을 보냈고, 이를 근거로 한나라당이 폭력적으로 의회쿠데타를 자행하지 않았던가"라고 반문했다.
김 부대변인은 "정치인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중앙선관위의 선관위원이 이렇게 민감한 정치적 행위를, 그것도 탄핵의 주체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헌무 위원의 사과와 책임 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동아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서명은 내 의지로 한 것이 맞다"며 "다만 정치 활동이 아니고 변호사로서, 일반 국민으로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동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지금도 서명을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앙선관위원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당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표를 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이날 해당 논평에서 골프장 경비직원을 폭행해 15일 물의를 일으킨 한나라당 김태환(金泰煥·사진) 의원도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국회의원이 국민을 마구 폭행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정녕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민보호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라고 힐난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어 "그런 무자비한 폭력을 마구 행사해도 되던 시절의 공주님을 모시고 산다고, 그 어떠한 만행도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용인해 주던 그 법을 목숨 걸고 지키겠다는 대표님을 모시고 산다고 이래도 되는 건가"라며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김 부대변인은 "더구나 김 의원이 마구 때린 그 분은 그런 시절 국가보안법의 보호 속에 고위 관직에서 호가호위하던 '가짜 원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 직장에서 명퇴한 뒤 몇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골프장 경비원으로 취직한 이 시대 '진정한 원로'"라며 지난 9일 시국선언에 참여한 인사들을 거듭 비판했다.
이재준 동아닷컴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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