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양당 간사는 긴급 협의를 갖고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청문회를 10월 중 개최하고, 국정감사 이후 11월 10일 전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이 합의를 거부하는 등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후 4시 공정거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무위를 소집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양당 간사 협의 없이 의사일정을 일방적으로 잡은 날치기 처리 시도”라며 김희선 정무위원장 자리를 7시간여 동안 점거해 회의는 끝내 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 단상 점거=한나라당 유승민(劉承旼) 의원은 이날 정무위가 열리기 20분 전인 오후 3시40분경부터 김 위원장 자리에 앉아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또 같은 당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정훈(金正薰) 나경원(羅卿瑗) 이계경(李啓卿) 의원 등도 김 위원장 자리 옆에 진을 치고 사회를 못 보도록 실력행사에 가담했다.
김 의원은 공정위의 불법 계좌추적 사례를 만든 표를 들어 보이면서 “공정위가 계좌추적을 한 자료를 보니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간사인 문학진(文學振) 의원은 “정무위원장이 바뀌었나, 왜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느냐”고 항의했다.
▽열린우리당 처리 시도=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무위원장 자리를 차지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 방에 모여 있다가 오후 4시10분경 회의 진행을 위해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유 의원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에워싸는 바람에 사회를 볼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처리 전 공청회 개최 주장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무슨 공청회를 하느냐. 정부가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 때가 6월 23일인데 그동안 한나라당은 회의 참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가 지금 와서 연기를 주장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날치기’ 공방=여야는 이날 소집된 정무위 전체회의 소집이 국회법을 어긴 ‘날치기’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오후 10시반경 회의 진행을 위해 다시 정무위 회의실로 들어선 김 위원장에게 남 수석부대표는 “여야 간사 사이에 오늘의 의사일정에 대한 협의가 전혀 없었다”며 “이는 명백히 국회법을 어긴 날치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양당 간사들이 합의하지 못해 국회법에 따라 정당하게 소집했다”고 맞섰다. 문 의원은 “오늘 아침 국회 사우나에서 만나 얘기하지 않았느냐. 그게 협의 아니고 뭐냐. 그 이전에 수차례 협의하지 않았느냐”며 한나라당 간사인 권영세(權寧世) 의원을 몰아세웠다.
이에 권 의원은 “사우나에 있는데 문 의원이 들어와 우연히 만난 것 아니냐. 그리고는 오늘 오후 4시에 회의가 있다고 알려 놓고서 그게 무슨 협의냐”고 반박했다.
한편 단상을 중심으로 날치기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박영선(朴映宣) 의원은 날치기라고 주장하는 남 수석부대표에게 “거짓말 좀 그만해라. 내가 ‘남경필 거짓말 어록’을 만들겠다”고 비난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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