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보공조 ‘먹구름’…‘양강도 사건’후 우려 목소리

  • 입력 2004년 9월 16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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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양강도 폭발은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발파작업”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14일 “우리가 본 것(what we saw)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양강도 지역이 아직 구름에 가려 있어 현장 위성사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미국이 본 것’을 한국은 보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16일 “정부는 징후를 포착한 직후 우리가 가진 정보를 미국에 제공했고, 미국도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했다”면서 “북한 관련 정보에 관한 한 한미 공조에는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대북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통신감청부대와 U2 정찰기 △주일미군의 RC-15 정찰기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미 국방정보국(DIA)의 KH-12 첩보위성 등을 운용한다.

하지만 미국은 항공·위성사진이나 감청내용 등 대북 군사정보의 원본을 실시간으로 한국에 제공하지 않는다. 우선 자체적으로 정보를 분석한다. 주한 미 8군 산하 501정보여단에는 사진 판독, 전파 분석, 통신 분야 전문가들이 소속돼 있다. 미 첩보위성이 촬영한 북한 지형 등의 일부 정보는 미 본토에 있는 정보기관 분석팀까지 거친다.

이 때문에 미국 위성 정보를 한국이 받는 데는 이틀 정도의 시차가 있을 수 있다. 양강도 위성사진의 경우에도 정부는 폭발이 일어난 지 3, 4일 후 미 첩보위성의 사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이 1990년대 말 미 상업위성 ‘옵뷰’와 위성사진 독점제공 계약을 체결한 것도 시차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옵뷰의 사진은 국정원이 원할 때 곧바로 받을 수 있다.

미국의 대북 군사정보는 주 2회가량 열리는 한미 대북정보협의회에서 한국에 제공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대북정보 협의회만으론 진정한 정보공유가 어렵다”고 말했다.

부실한 정보 분석력도 문제다. 정부는 15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아리랑 1호 위성을 통해 양강도 촬영사진을 확보했으나 아직 북한의 주장에 대한 진위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항공사진 전문가들은 “폭발 원인, 규모 등을 정확히 분석하려면 미 첩보위성이 촬영한 해상도 1m 미만의 컬러사진이 필요하다”며 “아리랑 1호가 찍은 6.6m급 해상도의 흑백사진으론 최종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9일 옵뷰 위성으로 해상도 1m급 위성사진을 찍었지만 자체 분석을 포기한 채 미 국가지리정보국에 분석을 의뢰했다. 국내에 있는 북한 지형 정보만으로는 분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KH-12 첩보위성 등을 통해 세밀한 북한 지형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내 군사전문가는 “정보 수집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보 분석능력을 키우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보 수집 위성 운용체계

이름용도운용 주체해상도
한국아리랑 1호상업용한국항공우주연구원6.6m
옵뷰 3호상업용미 옵이미지사-국가정보원에 독점사진제공 계약 체결1m
미국KH-12군사용미 국방정보국15cm
퀵버드상업용미 디지털글로브사60cm
아이코너스상업용미 스페이스이미징사1m
해상도 1m는 가로 세로 1m면적이 사진상에 하나의 점으로 나타난다는 뜻.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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