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재경부는 한국은행과는 달리 화폐단위 변경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실제로 이달 초 정치권에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되자 재경부는 “연구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지만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언젠가는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만 지금은 (정치권에서 먼저 논란이 되면서) 그것도 어렵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15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는 약간 다른 뉘앙스로 말했다. 그는 “경제가 커가고 화폐가 경제의 몸집에 맞지 않으면 그에 맞는 것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나 한국은행은 끊임없이 연구 검토해 왔다”고 말했다. 10일 발언보다 한발 앞서간 발언이었다.
16일 국회 답변에서는 더 나갔다. 그는 ‘화폐단위 변경에 대해 정부는 어느 단계에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연구검토 단계를 지나 구체적인 검토의 초기단계”라고 답변했다. 이는 ‘연구검토 단계’라는 재경부의 기존 입장과는 차이가 있는 것.
이날 발언이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재경부는 바로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입장이 바뀐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부총리가 화폐단위 변경이라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 매번 뉘앙스가 다른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여론탐색용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힘들지만, 경제가 좋아지면 정부가 화폐단위 변경 문제 등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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