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의 현장 사령관인 주미대사가 사적 용무를 위해 중요한 외교행사에 불참한 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직무유기다. 행사가 겹쳐 모두 참석하기 어려웠다면 부인의 출판기념회를 포기하고 미 국방장관이 주최하는 리셉션을 선택했어야 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까지 참석하는 행사인줄 몰랐다는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애초부터 불참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른 나라 대사들은 미 국방장관실에서 오라고 하니까 영문도 모른 채 파티에 갔다가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을 만났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대통령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동맹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데 대해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실수’를 바로잡을 책임이 있는 주미대사가 굴러 온 기회를 차 버린 셈이니 제대로 임무수행을 하고 있다고 믿기 어렵다. 한 대사는 ‘미 국무부와의 북핵 관련 협의’ 때문에 리셉션 참석이 어려웠다고 했지만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을 한꺼번에 만나 논의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무엇이란 말인가.
한 대사는 한미 외교를 담당하기에 충분한 경륜과 경험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공선사후(公先私後)의 각오로 국가를 위해 헌신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개인적 자질은 국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교통상부는 주의조치를 내릴 방침이라는데 국민이 납득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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