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3시까지 정무위원장석을 점거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도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하루 종일 정무위원장석 점거를 계속했다.
여야 대치 속에 문학진(文學振) 열린우리당 간사와 권영세(權寧世) 한나라당 간사는 물밑접촉을 통해 국정감사 이후에 경제단체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연 뒤 여야간 타협이 되지 않을 경우 표결처리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천정배(千正培)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거부해 결국 협상은 깨졌다.
협상이 결렬되자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친재벌당’이라고,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을 ‘반경제당’이라며 서로 격렬히 비난했다.
▽대기업정책 둘러싸고 정면 대립=여야 견해차가 극심한 부분은 대기업 정책의 핵심 현안들로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발의한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및 예외 적용 확대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좌추적권 3년 한시 부활 △대기업집단 계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축소 등이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열린우리당의 지원을 바탕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대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부당한 내부거래와 대기업의 금융계열사를 이용한 계열사 장악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정책들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3가지 정책 모두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유승민(劉承旼) 한나라당 제3정조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이미 예외 적용되는 부분이 50%를 넘고 졸업기준도 확대되고 있으므로 지금처럼 기업투자가 얼어붙은 상황에선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좌추적권 부활문제에 대해 “공정위가 불법으로 계좌추적한 혐의를 포착하고 이를 추적 중이다”면서 “국감에서 김정훈(金正薰) 의원이 이 문제를 따진 뒤 재검토하자”며 제도 부활을 반대했다.
한나라당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연차적으로 현행 30%에서 15%로 줄이는 것에 대해서도 2006년부터 적용되는 것인 만큼 서둘러 법개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열린우리당 전병헌(田炳憲)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3대 정책은 참여정부의 시장개혁 로드맵에 따른 것으로 이를 거부하는 한나라당은 외환위기를 다시 불러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또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이면에는 특정재벌과 연계된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며 “소수당으로서의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문 의원이 발의한 신문고시(告示) 위반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 문제도 한나라당은 반대하고 있다.
▽여야 격돌의 진짜 이유=여야가 이같이 사생결단으로 치닫는 것은 17대 국회 첫 격돌인 이번 싸움에서 밀리면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국가보안법 개폐, 과거사 진상 규명, 언론개혁 등 쟁점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반드시 기선을 잡아야 한다는 강경론이 세를 얻고 있는 것이다. 23일까지 정무위에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에 대해 한나라당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내용 자체보다는 처리 절차가 국회법 위반이라며 맞불공세를 펴고 있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여론은 우리 편’이라며 쉽사리 협상테이블로 돌아오려 하지 않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는 초장부터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주요 쟁점 | ||
구분 | 정부 및 열린우리당 개정안 | 한나라당의 대안 |
개정 취지 및 입장 | -대기업의 경영투명성과 부당내부거래 방지를 위해 꾸준한 기업개혁 제도적 추진 | -투자심리 위축으로 경제가 얼어붙고 있으므로 기업규제 보다는 투자심리 진작 위한 규제 철폐 |
출자총액제한제도 | -모범기업에 대한 적용면제 등 출자총액제한제 졸업기준 마련 -예외 인정범위 확대 | -이미 상당한 수준의 예외 인정제도 시행 중 -출자총액제한제도 전면 폐지해야 |
공정거래위의 계좌추적권 부활 | -3년 시한 재도입 -부당내부거래행위 규제 위해 불가피 | -공정위의 부당한 금융계좌 추적 의혹 및 투자심리 위축 우려 -재도입 반대 |
대기업집단계열의 금융 및 보험회사 의결권 | -현행 30%를 2006년 25%, 2007년 20%, 2008년 15% 등으로 순차적 축소 (매년 4월 기준) | -정부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간 관계설정에 대한 명확한 비전 제시가 우선 -현행 유지 |
신문시장 신고포상금제 | -법 위반 신고자나 제보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제도 신설 -내년 예산으로 55억여원 책정 | -공정거래법 위반 제보자에 대해 포상금을 지급하는 외국 사례 없음 -언론탄압 도구로 악용될 소지 -도입 반대 |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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