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이날 “행사의 성격과 참석 인사의 범위 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은 업무상의 부주의로 판단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는 “외교행사 참석 여부는 공관장(한 대사)이 판단할 문제며, 고의성이 없는 만큼 추가 징계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10일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이라크에 파병한 동맹국 대사 20명을 포함한 각국 외교사절 80명 등을 워싱턴 시내 자택으로 초청해 만찬을 베풀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공인인 대사가 미국 정부 주요 인사가 참가하는 만찬에 초청받고도 가족 단위의 사적인 행사에 참석한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대사는 “만찬 당일은 북한의 폭발사고설이 있던 날이라 미국측 인사들과 접촉하느라 오후 7시경에 대사관에 돌아왔다”며 “만찬이 오후 6시반 행사인데 정시보다 늦어 결국 참석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럼즈펠드 장관이 주최한 행사가 디너 형식의 만찬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참석하는 9·11테러 3주년 리셉션으로 돼 있었고, 행사 성격이나 참석 예정자에 대해서도 파악이 안 됐다”며 “주최측에서도 파월 국무장관 등 참석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대사는 그러나 “더 확인하지 못한 것은 불찰이고 참석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사는 오후 8시경 워싱턴시 인근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부인 이성미(李成美)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의 출판기념 만찬에 참석했다.
한편 출판기념 만찬 비용을 현지 교포가 부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한 대사는 “당초 열댓 명이 참석할 줄 알았는데 70∼80명으로 규모가 커지는 바람에 경비 1만3000달러(약 1500만원)를 우리 부부가 부담했다”고 밝혔다.
한 대사는 “(처음 만찬 비용을 부담하려 했던) 기업인은 학교(고려대) 총장 때 미주 교우회 관계로 잘 아는 분인데 얘기를 나누다 ‘이 교수가 책을 출판했다니 가족끼리 기념만찬이라도 하자’고 초대해 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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