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양강도 폭발 정부 혼선]‘김형직郡’ 애초 잘못 짚었나

  • 입력 2004년 9월 17일 18시 42분


북한 양강도 폭발 진상이 ‘삼수갑산’을 헤매고 있다. 북한이 당초 알려진 김형직군이 아닌 삼수군의 발전소 건설 현장을 ‘폭발 장소’라며 외국 대사들을 안내했기 때문이다. ‘삼수갑산’은 삼수군과 주변의 갑산을 합쳐 만들어진 말로 험한 오지를 뜻한다.

폭발 장소가 오락가락하면서 정부의 정보력 부재는 물론이고 한미 정보 교류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폭발장소를 둘러싸고 생긴 혼선=북한 양강도 폭발 소식이 처음 알려진 12일 이후 정부는 양강도 김형직군을 ‘현장’으로 지목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가 12일 “사고 지역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철길이 지나는 곳으로 파악된다”고 말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 고위 관계자도 김형직군을 지목했다.

또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16일에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9일 오전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 지역에서 특이한 형태의 구름을 위성을 통해 포착해 전날 밤 감지한 지진파와의 연관성에 유의하면서 분석했으나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김형직군을 처음 지목한 것.

이를 근거로 아리랑1호는 15일 북한 양강도의 김형직군 일대를 촬영했다.

그러나 해상도가 15cm로 아리랑1호에 비해 훨씬 뛰어난 사진촬영 능력을 갖고 있는 미 정찰위성 KH12의 김형직군 월탄리 촬영 사진이 16일 한국 정부에 제공된 뒤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미 정찰 위성 사진에서 아무런 폭발 징후를 찾지 못한 것.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이 13일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발파작업이 있었다”고 말한 뒤부터 폭발 장소로 삼수군이 유력해지기 시작했다.

▽폭발 둘러싼 의혹은 정리되나=북한이 평양 주재 서방 외교관들을 삼수발전소 건설 현장으로 안내해 8, 9일 2차례 ‘대발파’를 실시했다고 설명했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미 행정부 소식통은 17일 “김형직군에서 뭔가 불길이 발생한(something on fire)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촬영된 검은 구름이 미사일 기지나 군수공장의 폭발이 아니더라도 뭔가 사고가 생겼을 가능성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미 정보교류의 이상 징후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14일 “(발전소 건설용이라는 북한의 설명은) 우리가 본 것과 일치한다”고 언급했지만,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은 “파월 장관이 본 게 뭔지 모르겠다”며 공조 부재를 시사했다.

이 차관은 16일 외교관들의 삼수발전소 건설 현장 방문 이후 “김형직군의 폭발과 관련한 정보가 없다”고 말해 폭발지점을 둘러싼 혼란을 가중시켰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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