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빌려준 돈 받긴 받아야 하는데… 13억달러 못받아

  • 입력 2004년 9월 17일 18시 49분


《정부가 1991년 노태우(盧泰愚) 정부 당시 러시아에 제공했던 경협차관 중 아직 돌려받지 못한 13억3000만달러의 일부를 ‘기술’로 돌려받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국방부 등 외교안보 관련 부처는 최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이 문제를 논의한 끝에 경협차관의 일부를 무기구입 대금으로 상계하는 ‘2차 불곰사업’(2002∼2006년)을 마지막으로 러시아로부터 더 이상 무기 도입은 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 대신 러시아측에 무기 개발과 관련한 기초 기술의 공동개발연구를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 핵심관계자가 전했다.

정부는 2002년 12월 러시아로부터 전차 장갑차 대전차유도무기 등 6종의 무기를 2006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하되 구입 대금의 절반인 2억6700만달러(약 3400억원)를 미회수 경협차관에서 상계하기로 러시아와 합의했고, 이를 ‘2차 불곰사업’이라고 부른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제 무기가 성능은 뛰어나지만, 미국제 무기 중심으로 돼있는 우리 군의 시스템에 잘 맞지 않아 불편한 점이 많다”며 “특히 정비 문제에 어려움이 많아 2차 불곰사업을 끝으로 러시아제 무기를 추가로 도입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러시아측에 무기개발과 관련한 기술 공동연구를 정식으로 제안하는 데는 상당히 신중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고, 이번 한-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선에서 의사 타진을 했으나 러시아측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측은 실무협의과정에서 무기 관련 기술의 공동연구개발보다는 불곰사업의 연장을 통해 러시아 무기의 추가 구입을 희망했다고 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러시아측에 우리가 먼저 무기 관련 공동기술개발을 제안하지는 않겠지만, 러시아측에서 그럴 의사가 있다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 낮은 수준에서 조심스럽게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며 “경협차관 회수 문제를 우리의 무기 연구개발(R&D)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풀어가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노 대통령이 천명한 ‘자주국방’ 추진계획과 맞물려 중장기적으로 우리 자체적으로 첨단무기 개발기술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대러 경협차관 원리금 22억4000만달러 중에서 6억6000만달러를 삭감해 15억8000만달러로 재조정하고, 2006년까지 방산물자와 헬기 등 현물로 2억5000만달러를 상환한다는 데 합의했다.

나머지 13억3000만달러는 2007년부터 23년 동안 분할 상환키로 했으나 현물로 상환할 것인지 아니면 현금으로 상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2002~2006년 불곰 2차 사업 추진 현황
장비T-80U전차BMP-3 장갑차METIS-M 대전차 유도무기MURENA 공기부양정IL-103 생도실습기Ka-32A 탐색구조헬기
수량2대37대156기3대23대7대
도입시기2004년2004년2003∼2004년2005∼2006년2003∼2004년2004∼2005년
운용부대3기갑여단3기갑여단동부지역 전방사단해군 2함대공군사관학교제6탐색구조부대
자료:5억3400 만달러 규모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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