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전 여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 느끼게 한다"

  • 입력 2004년 9월 17일 19시 53분


"전봉애 여사에 대한 주변의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한다."

월간조선 조갑제(趙甲濟·사진) 편집장은 17일 기자회견에서 김학규 장군의 며느리 전봉애 여사가 당초 증언을 번복한 것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조 편집장은 이날 '김희선 의원의 기자회견을 보고'란 글을 통해 "전봉애 여사는 며칠 전에야 비로소 시아버지와 남편의 본관을 알게 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셈"이라며 "전 여사가 그 이야기를 할 때 일부 기자들이 웃었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오늘 전 여사의 이야기는 9월초 월간조선 기자에게 한 이야기와 너무나 다를 뿐 아니라 공문서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희선 의원의 독립군 가계 의혹의 핵심은 알고보면 간단하다"며 "김 의원이 그분의 손녀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종손녀 관계라고 했던 김학규 장군이 김 의원의 할아버지 김성범과 친형제인가, 아니면 아버지가 다른 동복(同腹) 형제인가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즉, 친형제라면 김 의원은 광복군 지대장 김학규의 종손녀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김성범-김학규가 동복이부(同腹異夫)의 형제 관계라면 김 의원이 김학규의 손녀 또는 종손녀라고 주장한 것은 허위가 된다는 것.

조 편집장은 "부계(夫系) 중심의 한국 혈통상 안동김씨 김학규와 의성김씨 김희선을 종손녀로 연결시킬 방도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조 편집장이 쓴 글 전문이다.

오늘 金希宣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또 다시 할아버지 김성범과 김학규는 친형제라고 주장했다. 증조모인 선우순이 증조부 김순옥과 함께 살다가 김성범과 김학규를 낳았고 증조부가 죽은 뒤 두 아들을 데리고 안동김씨 김기섭에게 재가하여 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성범은 의성김씨 족보에 올라 있으나 김학규는 자신이 작성한 호적에 안동김씨라고 적었다. 김학규의 큰 며느리 전봉애 여사도 지난 9월초 월간조선 기자와 만났을 때 시아버지는 안동김씨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다.

"시아버님(김학규)이 어떻게 의성김씨예요? 김의원의 증조할머니인 선우순 할머니가 희선이 할아버지인 김성범을 데리고 의사(김기섭)한테 시집가서 김학규 장군을 낳았어요. 두 사람은 형제가 아니에요. 씨가 다른데 어떻게 형제가 될 수 있어요"

-김학규 장군과 김희선 의원의 할아버지는 남남이라는 얘기인가요.

"(김희선 의원이) 핏줄이라는 것을 주장하려고 낳아서 갔다고 했나 봐요. 시아버지 김학규 장군은 누가 뭐래도 안동김씨 자손입니다. 아버지가 같아야 이복이고 동복이고 촌수를 따져볼 수 있는 거잖아요"

오늘 전봉애 여사는 기자회견장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남편(김학규의 장남)도 안동김씨 양반이라 하고 호적에도 안동김씨라고 해서 안동김씨인 줄 알았는데 그 다음에(중략) 친척들이 전부 다 안동김씨가 아니고 의성김씨이니 그리 알라고 해서 우리가 잘못 알았구나, 아 우리가 잘못 됐다, 그래서 집에 와서 기자에게 안동김씨가 아니라 의성김씨랍니다, 그랬고..."

전봉애 여사는 며칠 전에야 비로소 시아버지와 남편의 본관을 알게 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셈이다. 田 여사가 그 이야기를 할 때 일부 기자들이 웃었다고 한다. 오늘 田여사의 이야기는 9월 초 월간조선 기자에게 한 이야기와 너무나 다를 뿐 아니라 공문서와 다르다.

김희선 의원이 오늘 공개한 자료에 김학규의 호적이 붙어 있었다. 이 호적에는 본관이 安東, 아버지는 안동김씨 김기섭으로 분명히 적혀 있다. 이 호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김학규가 신고한 자신의 생년이 1900년이란 점이다.

김학규의 어머니 鮮于順의 亡夫 김순옥은 의성김씨 족보에 의하면 1897년에 사망했다. 김학규가 태어나기 3년 전이다. 김학규는 태어나기 3년 전에 사망한 의성김씨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태어날 수가 없었다. 김희선 의원은 오늘 기자회견문에서 "그 당시 족보든 호적이든 정확한 것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참으로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이다. 족보와 호적의 기록은 정확하다고 봐야 하고 특히 해당 인물의 증언과 일치할 때는 결정적인 증명력을 갖는다.

김학규는 자서전에서도 자신이 1900년에 태어났다고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족보(호적처럼 증거능력이 있다)와 호적, 본인의 진술이 모두 일치하고 있다. 즉 김학규는 안동김씨이고 1900년생이며 김순옥의 피를 이어받아 태어날 수가 없었고, 따라서 김희선 의원은 김학규의 종손녀가 아니다. 전봉애씨가 "며칠 전에 남편의 본관이 안동김씨가 아니고 의성김씨인 줄 알았다"고 말한 것이나 김희선 의원이 오늘 김성범의 장녀 김일신이 작성했다는 소위 회고록을 들먹이면서 친형제 사이를 주장한 것들은 모두 그 증거능력이 부정된다. 족보, 회고록, 호적의 기재사항을 그런 애매한 말이나 私문서로써 무효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전봉애 여사가 지난 9월초 다섯 시간에 걸쳐 김희선의 아버지가 만주국 경찰이었다는 전제하에 월간조선 기자와 나눈 대화(녹취되어 있다)를 번복하는 듯한(아주 애매한 표현을 썼지만) 발언을 한 내용도 믿을 수 없게 된다. 남편의 본관을 번복한 것이나 김희선 아버지의 만주국 경찰 근무 발언을 흐린 것이나 자연스럽지 못하다. 전봉애 여사에 대한 주변의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한다.

이재준 동아닷컴기자 zz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