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쟁점 법안들의 처리가 정기국회 막바지로 늦춰질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격전도 11월 이후의 어느 시점으로 집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친일진상규명법, 과거사 법안, 공정거래법, 사립학교법 등 여야가 사활을 건 법안들에 대해 당초 열린우리당은 9월 중 결판을 내기 위해 힘으로 밀어붙여 왔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주춤한 상태인 데다 9월 말부터 한 달간은 추석연휴와 국정감사가 연이어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런 점을 감안해 11월에 총공세를 펼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12월로 넘어가면 내년도 예산안과 맞물려 법안 처리가 물 건너 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내년 4월을 넘기면 재·보선 이후 과반수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그 전에 끝장을 보려 할 것이고, 그만큼 한나라당의 저항 또한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벌써부터 ‘11월’에 여야의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일단 열린우리당은 11월 전까지 각계 의견을 들어 법안을 손질하고 법리를 개발하며 사전대비에 주력할 방침이다. 떠들썩하게 전면전을 펼쳤다가 실익을 얻지 못한 9월 정기국회에 대한 반성과 함께 한나라당과 보수층의 비판을 힘이 아닌 치밀한 논리로 뚫고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끊임없이 여야 협상을 요구하면서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은 손질할 의사가 있다”고 공언해 온 것도 11월의 강공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어지는 10월 한 달 동안의 각 분야 국정감사를 통해 낡은 관행의 문제점을 집중 파헤쳐 자연스럽게 개혁의 당위성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친일진상규명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의 처리를 지연시키는 성과를 얻은 데다 그 과정에서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냄으로써 열린우리당의 독주를 견제할 힘과 명분을 얻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는 19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11월에 처리키로 합의한 것은 여당의 일방적인 날치기 표결을 저지시켰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날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보법 폐지,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등은 여당과의 합의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실력 저지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열린우리당이 11월을 넘기지 않기 위해 수를 앞세워 밀고 나올 경우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 과정에서 법안의 통과를 둘러싸고 격렬한 충돌이 빚어지는 장면도 감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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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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