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식(尹聖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이 쓴 ‘정부개혁의 비전과 전략’, 존 코터와 댄 코헨이 함께 지은 ‘변화의 기술’, 기획예산처에서 펴낸 ‘변화를 선택한 리더들’, 오영교(吳盈敎) KOTRA 사장이 쓴 ‘변화를 두려워하면 1등은 없다’ 등이었다.
노 대통령은 열거한 책의 순서를 염두에 둔 듯 “뒤에서부터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4권의 책 중에서 오 사장의 저서를 각별히 추천한 셈이다. 이날 노 대통령은 ‘오 사장은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1등은 없다’는 오 사장이 2001년 KOTRA 사장 취임 이후 과감한 경영혁신을 통해 고객만족도 최하위였던 KOTRA가 3년 연속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전 부문 우수기관으로 올라서게 된 과정을 소개한 책.
그로부터 10여일이 지난 16일 노 대통령은 ‘정부혁신특보’를 신설해 오 사장을 위촉했다. 특정 저서를 탐독한 뒤 저자를 중용하는 노 대통령 특유의 인사 패턴을 되풀이한 셈이다.
올해 5월 대통령비서실 개편 과정에서 기용된 이주흠(李柱欽) 리더십비서관, 차의환(車義煥) 혁신관리비서관도 비슷한 경우다.
외교통상부 심의관 출신인 이 비서관은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의 저자. 노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발의로 직무정지 기간 중 출입기자들과 등산을 하면서 “드골 대통령의 리더십을 날카롭게 잘 분석해 놓았고 리더십 이론으로 아주 탁월하다. 이런 공무원이 있나 싶었다”고 극찬했다.
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종합분석 자료를 이 비서관으로부터 보고받았다.
국무총리실 심사평가 2심의관을 지낸 차 비서관 역시 노 대통령이 취임 직후에 탐독했던 ‘정책평가의 이론과 실제’라는 책의 저자. 노 대통령은 정부혁신 업무를 관장할 혁신관리비서관을 신설해 차 비서관에게 각 부처의 혁신업무를 평가하는 일을 맡겼다.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정독했던 ‘정부개혁의 비전과 전략’은 고려대 교수 출신인 윤 위원장이 쓴 책.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장관 워크숍에서 “정말 잘 쓴 책”이라고 칭찬하면서 일독을 권한 일이 있다. 이후 지난해 8월 윤 위원장을 감사원장 후보로 지명했으나 국회에서 부결되자 올해 6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으로 기용했다.
윤영관(尹永寬) 서울대 교수의 저서인 ‘21세기 한국 정치경제모델’ 역시 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탐독했다. ‘분권형’ 국정운영은 이 책에서 제시한 것으로 외교현장 경험이 없었던 윤 교수는 외교통상부 장관에 파격적으로 기용됐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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