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19일 본보 사회부에는 도로 개통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과 용인시 죽전동 주민간의 ‘7m 도로 분쟁’ 기사를 읽은 독자들의 전화가 여러 통 걸려 왔다. 분쟁이 100일 넘게 계속되기까지 정부와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항의였다.
비단 7m 도로 분쟁뿐만 아니라 민선 지방자치시대 개막 이후 도로와 택지개발, 기피시설 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을 놓고 관련지역 주민간, 지자체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를 조정할 기구나 제도는 유명무실한 상태여서 갈등이 갈수록 악화되고 주요 사업이 표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1994년 행정자치부와 광역자치단체마다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했지만 2000년 이후 중앙조정위원회가 조정한 분쟁은 6건에 불과하다.
지방조정위의 실적은 더 초라하다. 이는 분쟁당사자들이 ‘아무 강제력 없는 분쟁조정위에 맡겨봤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미뤄 짐작하고 아예 외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 분쟁조정위가 애써 조정안을 내놓아도 이행을 강제할 집행권한이 없어 휴지조각이 되어 버리는 경우도 상당수다.
정부는 2000년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당사자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조정권자가 임의로 분쟁사안을 조정위에 상정할 수 있는 ‘직권상정제’를 신설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직권상정제가 활용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이는 이 법이 ‘민원이 개입된 분쟁은 조정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 실제 거의 모든 분쟁이 민원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성 없는 탁상제도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자문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고 조정하기 위한 갈등관리기본법 제정 및 갈등관리센터의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현재 대다수의 분쟁에 주민이 개입돼 있고 지자체가 이를 대변하는 상황에서는 분쟁조정위가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며 “강제로 조정했을 경우 주민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풀기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덕성여대 권순원(權純源·경제학과) 교수는 “분쟁 당사자들이 조정 과정에서부터 직접 참여해 논의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조정 절차를 만들고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조정안이 나올 경우 최종적으로 이를 강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지역간 주요 분쟁 이유 및 현재 상태 | |||
분쟁 내용 | 분쟁 지역 | 분쟁 당사자 | 현재 상태 |
원전센터 유치 | 전북 부안군 | 주민간 찬반 대립 | 유치 백지화로 주민간 갈등 심화 |
한탄강댐 건설 | 강원 철원군, 경기 포천시·연천군 등 | 지자체간, 주민간 건설 및 보상 문제 등을 놓고 대립 | 5년째 답보 상태. 10월 초 건설여부 최종 결정 |
7m 도로 분쟁 |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용인시 죽전동 | 도로 개통 여부를 놓고 지자체간, 주민간 대립 | 100일째 주민 농성 중 |
새만금 간척사업 | 전북 군산시,김제시 부안군 |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간척사업 반대 | 법원의 조정결정 공판이 9월에서 11월로 연기 |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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