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2002년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을 확정하고 금년 1월 용산기지 및 미2사단의 재배치에 합의하면서 우리는 전국 4000여만평의 토지와 용산기지를 돌려받는 대신 평택지역 349만평의 대체 부지 공여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금년 내로 평택지구 대체 부지의 절반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현실은 대체 부지 확보를 위한 정부와 주민간 협의의 첫 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부지확보 안되면 안보 위기▼
어떠한 이유에서건 내년 말까지 이 대체 부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미군은 용산 의정부 및 춘천 등지에 그냥 눌러앉아 있을 수도 없게 된다. 이러한 가상의 현실화는 그저 한미간의 약속 파기가 아니라 한미동맹과 우리의 국방체계가 뿌리째 흔들리게 됨을 의미한다.
한편 국가가 공권력을 발동해 대체 토지를 수용할 경우도 일반 ‘토지수용난(亂)’의 수준을 뛰어넘는 재난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이를 거부하는 주민과 일부 시민단체가 연대해 반국가 혹은 반미운동을 전개하고 이에 따른 국론분열로 국가의 정통성은 크게 훼손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겉으로 보기엔 해당 주민에 대한 보상 협상이 핵심인 듯하다. 정부측은 농사를 계속 지으려는 주민에게 다른 지역에 대토하고 나머지 주민에게 ‘적절한’ 보상과 지원을 제공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나 정부와 주민간에는 대화의 장(場) 자체가 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두 차례 설명회와 ‘평택지역 등의 지원특별법(안)’ 공청회를 시도했다. 그런데 이런 행정 절차까지 원천적으로 무산시키려는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의 연대에 의한 극단적 방해가 있었다. 그래서 일부 시민단체와 북한의 민족공조 전략에 호응하는 소수(즉 ‘미군기지 이전의 원천 무산’과 궁극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기획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과 연계돼 평택문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는 분석이 호소력 있게 들린다.
‘평택문제’는 일반 국민의 국가안보 의식과 ‘안보비용의 공동부담 정신’이 결여된 채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택지구의 주민과 학생층,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현 정부의 ‘협력적 한미동맹’에 기초한 국가안보정책체계 자체를 부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평택문제’에 관한 한 부정적이고, ‘불순한’ 선전에 취약한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즉 소수의 ‘반미·반국가적’ 급진세력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미군 없는 한반도 평화’, ‘평택의 기지촌화 저지’ 등의 이데올로기적 구호에 동조해 가는 추세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와 국민 차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문제다.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 문제는 이미 ‘노무현 안보정책’의 핵심 부분이지 민족주의·반미운동의 ‘논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평택부지 확보 문제가 주민과 정부간의 협의 수준을 뛰어넘어 친북세력의 전략·전술 대상이 되게 놔두는 것은 국가안보에 대한 범법을 방치하는 일이다.
▼‘불순세력’ 방해 단호히 막아야▼
원만하게 평택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국민적 수준과 정치권에서 ‘평화의 배당’ 차원의 특별지원에 성의와 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해당지역 주민은 그만큼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요, 나머지 지역과 국민은 이에 따라 안보 혜택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택문제’는 국민 모두의 ‘안보비용의 공동부담’ 사안임을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국가안보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평택문제’처럼 국민 일반이 간과하기 쉬운 곳에서의 구멍 뚫림을 막으려는 국민적 노력이 있을 때만 보장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김동성 중앙대 정경대학장·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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