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부- 軍대북 전문가 지난주 서울서 극비회동

  • 입력 2004년 9월 20일 06시 37분


미국의 행정부 및 군 당국자, 정보 분석가 15명이 극비리에 방한해 15일부터 사흘간 서울에 머물면서 주한 미 대사관에서 비공개 북한 동향 분석을 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참석자들은 미 국방부, 국무부, 주한미군,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북한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실무자들이며 미 정보당국 산하의 위성자료 분석전문가도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동향을 가장 먼저 접하고 이를 분석해 상부에 보고하는 미국의 북한 실무자들이 비밀리에 서울에서 회동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향 분석 모임에서는 특히 4월 용천역 폭발에 이어 9일 양강도 사고까지 대형사고가 발생한 배경을 분석했으며, 최근 6개월간 북한의 내부 움직임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는 의견 등이 개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붕괴 조짐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북한 내부에서 뭔가 심상찮은 움직임이 진행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張成澤·58)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대해 “모든 권력으로부터 차단된 사실상의 ‘숙청(purge)’ 상태”라며 “재기 불능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재교육 수용소(reeducation camp)’에 보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상반기에 발생한 ‘장성택 숙청’과 용천역 사고, 휴대전화 전격 회수 조치가 김 위원장 암살설과 연관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북핵 6자회담의 지속 가능성 △6자회담의 틀이 깨질 경우 미국 및 관련 당사국들의 대응 방안 △북한 경제개혁 현황 및 전망 등에 대해 폭넓은 토론을 벌였다고 모임에 참석한 관계자는 전했다.

미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 전문가들이라도 각기 다른 영역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같은 주제라도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을 수 있어 현장에서 합동모임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임 참석자들은 16일 한국정부 인사들과도 면담을 가졌으며 17일 휴전선 일대 비무장지대(DMZ) 등을 둘러본 뒤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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