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미 행정부 북한담당자들의 비공개 모임에서는 특히 최근 6개월간의 북한 내부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일단 이 정도의 결론 아닌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내부 붕괴나 군사쿠데타 같은 ‘비상사태’를 섣부르게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뭔가 종합적 분석을 요하는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미 행정부 북한담당자들은 특히 어느 정도 사고 경위가 밝혀진 4월 용천역 및 9일 양강도 사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 참석자는 최근 입수된 북한 내부 불만세력의 움직임 등을 전하며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한 ‘암살설’과 연관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시각을 전했다.
▽심상찮은 이상 징후들=먼저 평양 시가지에서 김 위원장의 사진과 포스터에 스프레이 페인트가 칠해진 것이 목격됐고 김 위원장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담은 전단지가 뿌려졌다는 첩보가 미 행정부에 입수됐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전단지가 북한 내부에서 제작된 것인지, 중국 국경을 통해 입수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김 위원장을 비난하는 전단지가 유포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고 전했다.
미 행정부 북한담당자들은 용천역 폭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용천역 폭발사고의 경우 김 위원장은 알려진 시간대(사고 발생 8, 9시간 전)보다 훨씬 근접한 시간에 사고 지점인 용천역을 지나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당시 용천역 인근에서 내려 승용차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가 화를 면했다는 첩보도 입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고 발생 한 달여 뒤에 각급 기관과 개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미 정보소식통은 “암살을 도모했던 세력들이 당일 휴대전화로 ‘김 위원장이 현재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다’는 내용의 접선을 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김 위원장이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신동아 10월호는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대북정보당국이 ‘용천역 사고는 김 위원장에 대한 암살 시도로 보인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사건 직후 허담 전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조카 허창석 등 8명이 암살기도 혐의로 체포돼 처형됐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진위를 떠나 이 같은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것은 바로 북한 내부에 뭔가 심상찮은 움직임이 있다는 시각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굳어져 가는 장성택 숙청설=미 행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張成澤·58)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숙청(purge)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재기불능이라고까지 말히긴 어렵지만 여기서 숙청의 의미는 모든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차단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장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누이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의 남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수 년 전부터 별거생활을 해 왔으며 부부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부장은 남편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그를 적극적으로 구명해 왔는데 이번 경우는 예외인 것 같다는 것.
정보소식통은 용천역 사고가 매제인 장 부부장을 숙청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꾸며낸 ‘자작극’일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최근 6개월간 북한 내외부 움직임 | |
내부 동향 | 대외관계 및 주변국 움직임 |
-4월 초:일본 신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 장성택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좌천설’ 보도 -4월 22일:평북 용천역 폭발사고 -5월 말:북한 당국, 각급 기관과 개인이 소지한 휴대전화 몰수 시작 -9월 9일(북한정권창건기념일):중국 접경 지역인 양강도에서 대규모 사고 -9월 14일:북한 백남순 외무상, 양강도 폭발은 수력 발전소 건설용 발파 작업이었다고 해명 -9월:김 위원장의 처 고영희 사망에 따른 후계 권력 투쟁 암투설 대두 -김 위원장 비난하는 전단지 최근 북한 내부서 발견. 김 위원장 얼굴에 스프레이 페인트 된 사진·포스터 평양서 발견 | -4월 19∼22일:김 위원장 중국 전격 방문 -5월 22일:북-일 정상회담 개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2차 평양 방문 -6월 23∼26일:3차 6자회담 베이징서 개최 -9월 10∼14일:리창춘(李長春)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 및 정부대표단 평양 방문 -9월 말 예정됐던 4차 6자회담 잠정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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