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 입력 2004년 9월 20일 18시 23분


미국 행정부의 대북(對北) 정보관계자 10여명이 지난주 비밀리에 방한해 북한 동향을 분석했다는 사실이 어제 본보 보도로 밝혀졌다. 국방부와 국무부 담당자는 물론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북한을 맡고 있는 실무자, 위성자료 분석 전문가까지 포함된 모임에서 4월 용천역 사고와 최근 양강도 폭발의 배경을 분석하고 “최근 6개월간 북한 내부 움직임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는 의견 등이 나왔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은 남한 사회 전반에 즉각적인 파급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첨단기법으로 북한 내부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미국의 정보전문가집단이 굳이 이 시점에 서울에서 회동했다는 사실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본다.

이런 미국에 비하면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상(異常) 징후를 얼마나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용천역 사고 후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를 일제 수거한 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숙청설 등에 대해 소문이 무성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분석을 내놓지 않았다. 양강도 폭발에서는 대북정책의 사령탑인 통일부 장관부터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가.

정부가 민감한 대북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부라면 북한의 내부 동향을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필요한 사안은 국민에게 알리는 게 기본 임무다. ‘제3자’격인 미국의 정보관계자에게서 ‘북한이 불안정하다’는 식의 말을 전해 들어서야 국민은 이 정부가 과연 일을 똑바로 하고 있는지, 한미간 정보교류 시스템은 원활하게 작동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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