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親日조사위원 임명땐 사회갈등만 불러”

  • 입력 2004년 9월 20일 18시 43분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0일 오후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에 대해 공청회를 열고 여론수렴에 착수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방식, 동행명령장 발부 및 조사 결과 공표 문제 등 쟁점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김경제기자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0일 오후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에 대해 공청회를 열고 여론수렴에 착수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방식, 동행명령장 발부 및 조사 결과 공표 문제 등 쟁점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김경제기자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0일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진상규명위원회의 성격과 조사 대상, 인권 침해 가능성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개정안을 법안심사 소위원회로 넘겼다.

공청회에는 열린우리당이 추천한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박찬승 충남대 국사학과 교수, 최병모 변호사와 한나라당이 추천한 이승환 변호사, 정세욱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등 6명이 진술인으로 참여했다.

▽진상규명위원회 성격=정 교수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려면 위원회를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인 학술원 등에 속하도록 해야 한다”며 “위원 자격 요건을 없애고 대통령이 모두 임명하도록 한 것은 정치적 악용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제 교수도 “대통령의 ‘코드 인사’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열린우리당 개정안에 대해 “위원회 활동 기한을 최장 6년까지로 규정하고 있어 18대 총선과 대선 기간에 특정인을 음해할 수 있는 길을 터놓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특정 정당 대표나 언론기관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교수는 “이는 학술적인 작업이 아니라 정치적 법률적 행위”라며 “학자들로만 구성된 민간기구에서 제대로 된 법적 뒷받침도 없이 조사하기는 어렵고 국가기구만이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 변호사도 “학술원은 친일문제를 연구하거나 과거청산문제를 관장하는 기관이 아니다”며 “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하고 위원은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게 한 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회의 과도한 권한 여부에 대해서도 “세월이 많이 흘렀고 자료가 유실됐기 때문에 단순히 진상규명만 하자는 것이므로 이는 최소한의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인권 침해 논란=제 교수는 동행명령장 거부시 처벌조항, 조사대상자의 포괄적 규정, 연좌제 가능성,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가능성, 사료편찬 전 조사내용 공표 금지 조항의 삭제 등을 인권침해 위험성이 높은 대목으로 지적하면서 법치주의 훼손과 ‘인민재판’ 가능성을 우려했다.

제 교수는 조사대상 범위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개정안이 불명확하고 애매모호하게 규정돼 위원회가 원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무엇이든 조사할 수 있고 연좌제 부활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변호사는 “일부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이유로 친일진상규명을 안한다면 민족정기를 세우고 미래를 여는 데 끊임없이 발목이 잡힐 것”이라며 “국가생활의 공적 부문은 인권보다 더 중요한 부문이 있고 친일진상규명은 그런 부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친일진상규명 정신 관철을 위해서는 그 정도 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조항은 사회적 합의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일제하 장교는 반드시 반민족행위자에 포함시켜야 하며 최근 문제가 된 헌병 오장(하사관급)은 고등계 형사나 밀정과 마찬가지로 직무상 반민족행위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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