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보법 명칭 변경과 반국가단체를 정의한 국보법 2조의 개정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타협할 여지가 보인다. 피의자의 구속기간 연장을 규정한 19조 등 일부 조항의 폐지에 대해선 양 당이 동의한 상태다.
▽차이점=열린우리당은 형법 보완을 전제로 한 국보법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여론에 밀려 대체입법에 무게를 두고 막바지 의견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체입법 역시 국보법 폐지를 보완하기 위한 후속 작업이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국보법 개정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박근혜 대표가 법 명칭의 변경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는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를 전제로 한 대체입법과는 차이가 크다.
박 대표가 20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법에 중요한 내용들이 그대로 있는데 법 명칭의 글자 한두 개 고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열린우리당의 형법 보완론자들은 ‘찬양 고무 등’을 규정한 국보법 7조를 폐지하고 형법에 ‘선전 선동죄’를 신설해 7조의 처벌 공백을 없앨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국보법 6, 8, 10조 등의 조항은 시대에 뒤떨어진 조항으로 형법 보완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
열린우리당에서 대체입법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이 부분을 대체입법으로 승계하는 것보다는 형법 보완이 적당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노동당 규약에 한반도 적화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북한의 지령을 받고 남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6, 7, 8조를 없앨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단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소지를 없애기 위해 처벌 근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불고지죄를 규정한 10조의 경우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는 형(刑) 면제’ 등의 방식으로 형 면제 대상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유사점=반국가단체를 규정한 2조에서 ‘정부 참칭’ 조항을 없애는 데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의견 접근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가 ‘정부 참칭’ 조항의 삭제 가능성을 언급했고 열린우리당에선 2조 자체의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 영남권 보수 의원 등이 ‘정부 참칭’ 조항 유지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점이 변수다.
또 열린우리당 내에선 박 대표의 ‘국보법 명칭 변경 가능성’ 발언을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한나라당 의원 대다수와 박 대표는 ‘단순한 명칭 변경’에 무게를 두고 있어 양당간에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치=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내부적으로 폐지를 결정한 조항은 피의자의 구속기간을 2차례에 걸쳐 20일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한 19조다.
또 출석 요구에 불응한 참고인을 구인(拘引) 및 유치(留置)할 수 있도록 한 18조와 수사 및 정보기관 관계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21조 2항도 폐지 대상이다.
양당 모두 18, 19조의 경우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며, 21조 2항은 지나친 강압 수사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국가보안법 관련 주요 발언 요지▼
△“이번 결정은 국가보안법 자체에 위헌적 요소가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종전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헌법재판소, 8월 26일 국보법 7조 1, 5항의 합헌 결정 후 보도자료에서)
△“(중략) 북한이 우리나라와 대치하면서 적화통일노선을 포기했다는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이 상실됐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8월 30일 국보법 존치 필요성을 강조한 판결문에서)
▽노무현 대통령(9월 5일 MBC TV ‘특별대담’에서)
“국민주권시대로 간다고 하면 독재시대의 낡은 유물은 폐기하고 박물관에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9월 9일 특별 기자회견에서)
“우리 체제의 근본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데 추호의 빈틈도
허락해선 안 된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막아내겠다.”
▽이해찬 국무총리(9월 15일 국회 예결위에서)
“(국가보안법은) 법의 형식을 갖추고 있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국민을 괴롭힌
악법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9월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국가단체의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국가보안법 2조(반국가단체 정의)의
‘정부 참칭(僭稱)’ 조항을 삭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체제를 지키는
데 지장이 없다면 국보법 명칭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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