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미국과 우리 정부 관계자는 용천역 사고 이상 규모의 폭발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 뒤 핵실험, 지하군수공장에서의 대형 폭발, 심지어 김정일 후계문제를 둘러싼 암투로 인한 사고 등 폭발 원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떠돌았다.
▼‘양강도의 진실’… 한심한 정보력▼
북한은 뒤늦게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계획된 산악 발파였다고 주장했고, 평양 주재 외국 대사들에게 현장을 확인시켜 주겠다며 당초 폭발 지점으로 추정됐던 김형직군 월탄리에서 100km나 떨어진 삼수군의 발전소 건설현장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안팎의 소동 끝에 우리 정부는 이제 와서 ‘폭발’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는 듯하다. 아리랑 위성이 촬영한 월탄리 부근 직경 3.5∼4km의 ‘구름형태 연기’가 실은 자연 구름이었고, 전날 백두산 부근에서 감지된 진도 2.6의 지진파 역시 폭발과는 무관해 보인다는 것이다. ‘대규모의 폭발이 있었다고 확신하며 원인을 추적 중’이라던 정부의 발표가 1주일도 안돼 판이하게 달라진 것이다. 정부의 정보 분석력과 공신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드러난 문제는 우리의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뿐이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한미간의 정보 공조에도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한미간에는 대북관과 대북정책을 둘러싼 인식차가 확대돼 온 것이 사실이고, 이로 인해 미국은 한국과의 정보 공유를 꺼리는 듯한 상황에 처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정부는 우방국과의 정보 교류에 이상이 없다고 공언하지만 한미 정보 공조의 균열에 대한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미국이 구름을 뚫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라크로스 위성, 미사일 발사나 폭발을 열감지 센서로 포착하는 방위지원프로그램(DSP) 조기경보 위성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한국측에 바로 전달했는지 의문이다. 우리 정부가 폭발 당시 구름이 많아 위성사진 판독이 어렵다며 명쾌한 해석을 제공하지 못한 것도 그런 의문을 증폭시킨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이 양강도 폭발과 관련해 14일 서로 엇갈린 발표를 한 것도 불안하다. 정 장관은 ‘댐 건설용 발파’라는 북측 해명과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고 한 반면 파월 장관은 북한의 설명이 미국의 관측과 일치한다고 했다. 한미 당국자가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인 이 사례는 한미간에 정보 공유 차원을 넘어 동맹관계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미국은 이번 사건을 애써 확대해석하지 않으려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이미 이라크 사태로 곤경에 빠져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가능하면 추가적인 골칫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동맹회복에 최대한 노력할 때▼
하지만 그런 상황을 감안한다 해도 이번 폭발 사건이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점을 제기한 것만은 틀림없다. 우리 정부가 군사·외교 분야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의 한계와 한미 정보 공조의 균열이 그것이다. 핵물질 추출 논란으로 한국에 대한 국제 공신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제기한 폭발 사건 관련 의혹과 설명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 꼴이 돼 버렸다. 이렇게 취약한 정보 능력으로 자주국방이 가능하겠는가.
정부는 한미 동맹 회복에 최대의 노력을 해야 한다. 미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보다 현실적인 대북관과 대북정책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정훈 연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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