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우울한 추석’…월급도 못준건 창당후 처음

추석을 앞둔 민주당의 분위기가 침울하다. 봉급 지급일인 20일 당직자 30여명에게 월급을 한 푼도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가 창당된 1995년 이후 초유의 일이다.

민주당은 2002년 대통령선거 때 노무현 후보 홍보비 등으로 지출한 돈을 갚지 못하다 최근 채권자가 국고보조금을 차압하는 바람에 통장 잔액이 완전히 바닥나 버렸다.

민주당은 차압 당사자가 여권 고위관계자의 동생이 대표로 있는 S기획사라는 데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S기획사는 2002년 말 ‘노무현, 문답으로 풀어보는 백문백답’ 100만부와 ‘16대 대선 정책공약 자료집’ 1만5000부 등 각종 홍보물 제작을 대행한 비용 7억여원 중 2억원 정도를 못 받았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이달 중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 당에 국고보조금을 지급할 때 민주당 몫 1억9800여만원을 모두 가져갔다.

민주당의 더 큰 고민은 다른 채권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국고보조금 차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 이들은 “이제까지 민주당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참아왔는데, S기획이 소송까지 내며 돈을 챙기는 마당에 우리라고 참을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게 민주당 장전형(張全亨) 대변인의 전언이다.

민주당은 현재 안고 있는 빚 8억여원 가운데 4억2000여만원의 실질적 지불 책임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있다고 주장해 왔다. 대선 전후 노 후보를 위해 집행한 광고홍보비의 남은 부채 6억2000만원에서 최근 차압분을 뺀 잔액이다.

민주당은 또 총선 이후 옛 당사를 떠나면서 갚은 임대료 48억원도 사실은 노 대통령의 후보 시절과 당선 이후 임대료가 대부분이었다며 억울해 하고 있다.

민주당측은 “노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면서 사실상 당을 장악한 시절에 진 빚을 갚느라 등골이 휠 판”이라며 “대통령과 핵심인물들이 모두 열린우리당으로 빠져나가면서 빚만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