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21일 지난해 11월18일 작성된 ‘용산기지 이전협상 평가결과 보고서(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를 인용, “외교부는 ‘노 대통령이나 NSC 인사들은 반미주의자들이므로 개입을 최소화시킨다’는 등의 충격적인 내부기조를 마련한 뒤 협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의원은 이날 언론사등에 보도자료를 배포,“외교부는 이밖에 △용산기지 이전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얼마의 돈이 들던지 추진해야 한다 △90년 합의된 MOA(협의각서)/MOU(이행각서)는 유효하니 이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협상이 진행될 수 없다 △국회와 국민이 문제 삼지 않는 수준에서 합의의 형식과 문장의 표현을 바꾸는 것을 협상의 목표로 한다 는 등의 내부기조를 마련했다”고 공개했다.
노 의원은 또 “노 대통령이 지난해 안보관계장관희의(9.19)와 파병관련 비공식 보고(10.11)에서 ‘조기타결보다 합리적 타결이 중요하다. 90년 합의내용을 공개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원점에서 재협상하라’고 지시했으나, 협상팀은 대통령의 지시를 무시하고 조속한 이전에만 매달렸다”면서 “이는 항명에 해당되는 행위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고서는 ‘미국측은 90년 합의가 한국법에 위반됨을 명백히 알고 있었고, 당시 SOFA합동위원회 한국측 대표를 사전 방문해 위협한 사실이 있어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의해 국제법적 효력도 부인돼야 한다’고 적고 있다”며 “이런 사실은 미국과 청와대도 잘 알고 있는데, 이를 기반해 현재의 협정문안을 만든 것은 굴욕외교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이전 비용과 관련해서도 “보고서는 ‘오산과 평택 등 한강 이남에 미군을 재배치하는 것은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한미군의 성격변화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므로, 우리가 이전비용을 전담할 이유가 없다’고 적고 있다”고 밝혔다.
또 비용규모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30~50억불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미국측 스스로 97년 기준 95억불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고 지적한 뒤 “이렇게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은 ‘연합작전능력, 준비태세, 삶의 질, 미군 구성원에 대한 지원’ 등을 상향시킨데다 병원, 행정시설, 가족동반숙소, 첨단정보시설 등을 추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 의원은 “이 보고서는 끝으로 ‘이전비용 전액부담 원칙 재검토, 협상내용 원점 재검토, 전면적인 협상팀 재편, 문제점이 드러난 관련자 문책’을 건의했다”고 공개한 뒤 “용산기지 협상은 대통령을 기만하며 진행된 항명과 굴욕의 협상이나 정부는 가서명한 협정문안을 공개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언론의 문제제기를 묶어서 NSC나 외교부에 알려줘 참고하도록 한 것으로 대통령한테 건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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