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는다며 건설경기마저 빙하기(氷下期)로 몰아넣은 정부는 전국 곳곳이 동시다발적으로 땅 투기장이 돼가고 있는데도 ‘빛 좋은’ 균형발전론에 매달리는 형국이다. 투기로 땅값이 뛰면 외지인 투기꾼 등 ‘횡재하는 극소수’를 제외한 다수의 국민은 피해자가 되고, 기업들의 입지 확보 부담과 투자 애로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부작용은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반면 정책목표인 국토균형발전의 효과는 불투명하다.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참여 등 대형 국책사업 성공을 위해 필요한 요건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제 발표한 기업도시법안의 경우만 해도 개발주체가 돼야 할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법안은 대상토지의 50%를 기업이 협의 매수하도록 했는데 기업에는 그만한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규제완화 내용도 미흡하고 일부 지원책은 부처간 의견조율도 안 된 상태다.
재원 대책도 안이하다. 처음 추산보다 늘어나기 십상인 대형 국책사업비를 잠재성장률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무리 없이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행정수도 건설은 반대하는 다수의 민의(民意)와 대치하고 있다.
이러다간 껍데기 국책사업에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되고 전 국토가 투기장이 될지 모른다. 정부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비용에 비해 확실한 효과가 보장되는 사업 하나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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