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22일 국회에서 ‘과거사진상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 전체회의를 열고 그동안 언론과 법조계 등에서 제기했던 동행명령 거부시 형사처벌, 조사내용 언론공표 등의 인권침해 조항을 삭제하는 등 법안을 상당부분 ‘순화’시켰다. 하지만 조사 대상과 위원회의 위상과 권한 등 핵심적인 부분에서 여전히 한나라당과는 차이가 크다.
▽조사 대상=열린우리당 태스크포스팀 문병호(文炳浩)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행정자치위에 계류 중인 친일진상규명법에서 다루는 일제강점기의 반민족행위와 군 의문사 등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과거사진상규명법의 골격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과거사기본법의 주요 조사 대상은 △일제 하의 정신대 등 강제동원, 광복 후 김구 등 요인 암살사건 △여순 반란사건 등 폭동사건 △자유당 시절 권위주의 피해 사건 △박정희 정권 하의 인혁당·통혁당·민청학련 사건, 김형욱 암살사건 △전두환 정권 하의 KAL 858기 폭파사건 △노태우 정권 당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이다. 이는 주로 김영삼 정부 이전까지 발생했던 각종 의혹사건을 망라한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이 마련한 현대사정리기본법은 제1조(목적)에 ‘북한정권, 좌익세력의 테러, 인권유린과 폭력, 학살, 의문사와 민주화운동을 가장한 친북 이적활동’을 조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특히 이 법안 제3조에서는 ‘북한정권, 좌익세력의 테러 등에 의한 의문사’를 국가보안법 제2조 ‘반국가단체 결성, 활동 행위’와 ‘제4, 5, 7조 등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된 행위’ 등으로 규정했다.
▽조사기구 성격 및 권한=열린우리당은 조사기구를 국가인권회와 같은 독립국가기구로 하자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정치권력에서 완전히 독립된 학술원 산하에 ‘현대사조사연구위원회’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열린우리당은 당초 ‘국회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을 준용해 조사위원회에 동행명령권을 주고, 피조사인이 불응할 경우 형사처벌을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었지만 인권 침해와 과도한 권한 부여라는 여론에 밀려 이를 삭제하기로 했다. 또 조사 거부시 3000만원인 과태료 상한액도 더욱 낮추기로 하고, 국가기관의 자료제출 거부시에도 별다른 제재조치를 두지 않기로 했다.
이 밖에 조사기구가 공소시효가 아직 지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조사할 경우 공소시효를 정지시키기로 한 당초 계획도 취소했다. 미종결 사건에 대한 조사기구의 언론 공표를 금지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열린우리당은 내달 4, 5일경 이 법안을 당론으로 확정한 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한나라당도 당론으로 법안을 채택해 내달 초 국회에 낼 계획이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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