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국보법 폐지돼도 북한 하나도 안변한다"

  • 입력 2004년 9월 23일 10시 15분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는 23일 오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국회한민족통일연구회(회장 한나라당 임인배의원) 초청 강연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개폐 논란은 북한 김정일 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북한 체제를 제대로 적시하라"며 "국가보안법 폐지해봐야 북한은 하나도 안 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북한은 김정일이 확고하게 구축한 수령 체제만 무너지면 마땅한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인 만큼 곧 무너지게 되어있다"며 "남한은 이를 제대로 알고 체제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기위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내부 단속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남한에서 과거사 진상 규명에 집착하고 김정일의 대리인들이 학생 등에게 친북반미사상을 고취시키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도대체 정치권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황 전 비서는 "김정일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국제 사회에서 적극 제기해야한다"고 말한 뒤 "북한은 93년부터 지하 핵실험에 대한 보고를 마치는 등 핵무기는 사실상 갖고 있지만 김일성이 생전 '미군이 있는 한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에 비추어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와 일문일답 내용.

한 신문 주최 토론회에서 김정일이 파산된 정권을 물려받아 고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지식없이 무슨 북한 전문가 행세를 하느냐. 김일성은 먹고 살게는 했는데 철권 통치로 김정일이 인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김일성 동생이 정권을 잡았다면 중국과 비슷한 체제를 형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정일의 정치적 감각은 탁월하다. 어린 나이에도 보고를 다 받고 그랬다.

누가 후계자가 되든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90년대 초 중국이 남한과 수교하려고 시도할 때 김일성이 손이 발이 되도록 중국측에 빌었다. 하지만 중국은 끝내 거절했다.

냉전적 사고 방식이 얼마나 위대한 줄 아느냐고 요즘 사람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2차 대전을 거치면서 큰 희생을 치르면서 민주주의를 얻어낸 것 아니냐. 젊은 사람들은 이런 나에게 냉전식 사고방식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겠지만 모든 것은 대상을 보고 판단하고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남한은 현 시점에서 남북의 차이를 벌리는 데 주력해야한다. 만나서 하는 게 무슨 효과가 그리 있을까 회의적이다. 중요한 것은 경제 발전이고 나라를 부강케 하는 것이다. 간첩도 못잡게 하는 정치가 무슨 소용인가.

내가 북한에서 내려올 때는 5년이면 북한 체제가 끝날 줄 알았다. 요즘 남한을 보면 친북반미화가 되어 큰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어 보인다. 정치권은 왜 과거를 따지는지 모르겠다. 현재도 제대로 못 따지면서 말이다. 아이들이 나올 때부터 친북반미 세력이었겠느냐. 김정일의 대리인이 내려와서 아이들에게 친북반미 사상을 고취시키도록 하는 것 아니냐. 6·25 이후 역사도 청산해야 한다.

난 개인적으로 국가보안법을 읽어 본 적도 없다. 왜냐면 북한에서는 법이라는 게 종이조각같은 것이니까. 그러나 남한에서는 헌법이 신성불가침 아니냐. 이런 상황에서 법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북한이 있는 상황에서 보안법을 말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

요즘 보면 종교계가 제대로 투쟁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이 중국식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나.

"북한이 중국식으로 가려면 수령 체제를 포기하고 시장민주주의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김정일이 수령 체제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시장경제의 일부는 받아들일 수 있다. 소상인들에게 자유를 허용하고 10인 미만 영세기업의 운영을 가능케 하는 것 등은 가시적으로 나올 듯 하다. 이런 것만 잘 이용해도 북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데…. 아무튼 김정일은 수령 체제를 포기하지않을 듯 하다.

-남한에 간첩이 얼마나 있느냐.

"추측해서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나를 죽이겠다고 달려들고 있는데 이들이야말로 김정일의 지시를 받는 것 아니냐."

-북한을 돕자는 기운이 많다, 인도적 차원에서. 이게 어떤 영향을 줄까.

"인권 문제를 적극 거론해야한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국제적 범죄국가로서 북한의 위치를 확고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

-국보법이 폐지되면 북한이 변하나.

"아까 여러 차례 말하지 않았나. 북에서의 법의 위치, 김정일의 체제 고수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 등. 다시 말해 폐지돼도 하나도 안 변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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