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화나트륨은 금속 도금 및 제초제 원료로 사용되지만 화학무기인 신경작용제와 혈액작용제를 만들 수도 있는 위험물질이다. 화학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북한이 구입했다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출입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대사안으로 다뤄야 한다.
한국 기업이 상당량의 시안화나트륨을 수출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북한과의 직접 거래는 물론 제3국을 경유해 북한에 유입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까지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가 감시는커녕 사실상 시안화나트륨의 이동을 방치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중국을 경유한 대북(對北) 수출은 중국이, 얼마 전 태국이 북한으로 보내려던 시안화나트륨은 미국이 적발했다. 한국 기업의 불법행위를 외국으로부터 통보받고 허둥대는 정부의 모습이 한심하다.
무엇보다 국가적 신뢰에 미칠 타격이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핵물질 실험으로 인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정부가 신뢰를 잃고 있으니 미국도 개성공단에 반입하려는 일부 물자에 대해 제동을 거는 게 아닌가. 이제는 외국 기업에 위험물질 대북 수출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명분까지 잃었다.
북한의 위협을 제대로 보지 않으려는 사회적 기류가 이번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만 강조하다 보니 기업도 국가안보는 무시한 채 영리추구에 몰입하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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