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은 천 대표를 환영하기는커녕 등 뒤에서 막말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재래시장육성특별법 제정이 열린우리당의 노력 덕분이었다는 얘기는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어려웠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장사도 안 되는데 시장 골목에는 왜 나왔느냐”며 천 대표의 상가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일부 상인들은 천 대표가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등 뒤에서 “소금이나 뿌려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천 대표가 한 액세서리 가게에서 물건을 사려고 하자 옆에 있던 한 여성 상인은 “돈 많은 양반들, 금배지 두른 양반들 왔으니 바가지나 씌워”라고 비아냥거렸다.
시장 상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선 ‘먹고 살게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의류업을 하는 상인대표 송득두씨(61)는 “경제가 안 좋아 상인들이 아우성이고 민심도 바닥”이라며 “과거사 청산도 좋지만 서민경제를 적극 챙겨 달라”고 주문했다. 40대 초반의 한 여성은 “힘들어 죽겠으니 국회에서 제발 싸우지만 말고 우리를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상인들은 취재기자들에게도 하소연을 늘어놨다. 30대 중반의 한 여성은 “정치가 바로 돼야 시장 사람들도 잘 되는데 정부가 너무 어수선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40대 후반의 한 여성 상인도 “올해는 추석 대목이 완전히 없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천 대표와 함께 시장을 방문한 한 당직자는 “경기가 안 좋아 쓴소리가 나올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예상치 못했다”며 상인들의 반응에 당황해했다.
이날 천 대표의 남대문시장 방문에는 이종걸(李鍾杰) 안병엽(安炳燁) 박영선(朴映宣) 오영식(吳泳食) 최철국(崔喆國) 김태홍(金泰弘) 의원 등이 동행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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