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인 시안화나트륨은 산과 반응하거나 물과 만나면 쉽게 독성이 강한 기체인 시안화수소(HCN)로 변환된다. 만일 시안화나트륨을 먹으면 사람 몸속에 존재하는 풍부한 수분과 반응을 일으켜 치명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
일반적으로 화학무기로 사용되는 독성물질은 신경 수포 질식 혈액 등 4가지 작용제로 구분된다. 시안화나트륨은 이 가운데 혈액작용제에 해당한다.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독성을 발휘한다.
한국화학연구원 생명의약연구부 정영식 박사는 “혈액작용제는 4가지 가운데 살상효과가 가장 약하다”며 “지금까지 화학무기로 사용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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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안화나트륨이 신경작용제 독가스의 원료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신경가스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이 만든 3가지 종류, 즉 소만(soman), 사린(sarin), 그리고 타분(tabun)이다. 시안화나트륨은 이 가운데 타분의 재료로 사용된다.
이들을 독성의 강도 면에서 비교해보면 소만이 가장 강하고 타분이 가장 약하다. 소만은 10분 이내에 해독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게 한다. 타분은 수시간 내에 투여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정 박사는 “100t의 시안화나트륨을 ‘유기 인 원료’와 반응시키면 이론적으로 타분을 최고 3.3배, 즉 330t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화학무기의 살상효과를 표현하는 지표는 ‘반수치사량(LD50)’이다. 동물(흰쥐) 실험을 했을 때 전체의 50%를 죽이는 양을 의미한다. 타분의 경우 흰쥐 실험을 통해 얻은 ‘반수치사량’을 사람에게 유추해 적용하면 1m² 공간에서 1분간 호흡을 통해 0.4g 분량의 타분이 몸에 들어오면 절반의 수가 사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 박사는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지만 330t의 타분이라면 엄청난 규모의 살상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신경가스는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아세틸콜린’이라는 물질이 몸에서 정상보다 많아지도록 만든다. 그 결과 신경이 과도하게 흥분돼 세포가 파괴되는 것이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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