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수도이전 반대집회 예산지원” 논란 확산

  • 입력 2004년 9월 25일 16시 54분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이 수도 이전 반대 집회에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수도 이전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서울시의 공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시장은 24일 “법률적 검토 작업을 거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으나 “서울시장은 넋을 놓고 보고만 있느냐는 비판을 더 이상 지나칠 수 없다”며 예산 지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의 ‘관제데모’ 주장으로 시작된 정부 여당 대 서울시의 공방은 예산 지원 합법성을 둘러싼 법리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예산지원 합법인가=서울시는 해마다 관례적으로 교부하는 특별교부금의 명목을 ‘수도 이전 반대 집회 지원’으로 정해 내려 보내거나, 서울시의회의 요구를 받아 수도 이전 반대 집회 관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서강석 행정과장은 “최근 서울시 추경예산에서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지원비 등으로 총 10억4000만원을 편성했으므로 이를 집행하면 된다”며 “행정자치부의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행자부 내에서도 “서울시는 중앙정부로부터 교부금을 받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이므로 서울시가 서울시민에게 걷은 지방세를 ‘서울시민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정부가 간섭하긴 곤란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행자부의 한 간부는 “만약 열린우리당의 주장대로 서울시가 각 자치구에 추계문화행사 지원비 명목으로 내려 보낸 특별교부금이 목적과 달리 수도 이전 반대 집회에 사용됐다면 예산회계법 위반이지만 아예 수도 이전 반대 홍보 명목으로 예산을 편성해 집행한다면 불법이라고 보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자부의 기본 입장은 수도 이전 반대 집회에 대한 예산 지원은 명백한 지방재정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지방재정법 제1장 제2조 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해야 하며 국가의 정책에 반하거나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원경(文元京) 행자부 차관보는 “수도 이전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의해 국가정책으로 확정됐으므로 이를 반대하는 데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서울시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더라도 법을 위반한 것인 만큼 ‘원인무효’”라고 주장했다.

계명대 윤영진(尹榮鎭) 행정학과 교수도 “수도 이전은 법으로 통과돼 집행되고 있으므로 서울시의 예산 지원은 지방재정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그렇다면 정부가 결정한 정책은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말이냐”며 “그 같은 법 해석은 사리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제의 기본 정신을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인사도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결정이 나오기 전에는 수도 이전을 국민이 합의한 국가정책이라고 단정 짓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예산 지원을 강행하면?=행자부가 서울시의 예산 집행을 사전에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다만 행자부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고 감사 결과 불법이 인정되면 집행된 예산을 환수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 또 관련 공무원에 대해 서울시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행자부가 서울시에 요구할 뿐이지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윤 교수는 “지방재정법은 처벌 규정이 없는 선언적 규정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이를 위반해 예산 집행을 하더라도 법적으로 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따라서 이 문제는 정부 여당과 서울시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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