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법’ 美상원 통과]美 ‘인권’무기로 北 빗장열기

  • 입력 2004년 9월 29일 18시 29분


28일 미국 상원에서 통과된 북한인권법안은 이 법안의 모태였던 ‘북한자유화법안’ 내용 가운데 북한 정권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대부분 삭제되거나 완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북한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를 위한 외부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고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과 미국 망명 및 난민 신청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압력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 통과 의미=북한인권법안은 미 의회가 사상 최초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을 법률을 통해 밝혔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4년 동안 약 1억달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 국민의 세금을 사용한다는 것은 북한 인권문제에 관해 미국이 ‘당사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민간단체들이 추진했던 북한자유화법안은 대량탈북 유도를 통해 북한정권 붕괴를 노리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동북아 국가들이 북한 정권의 붕괴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실제 붕괴됐을 때 미국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조항이 대표적이었지만 대부분 완화됐다.

상하원의 입법 및 심의 과정에서 북한 범죄행위 대책반 설치 등 북한 인권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조항들이 삭제돼 북한 인권 개선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있다. 탈북자의 미국 난민 및 망명 신청 자격을 확인한 조항은 현행법을 재확인한 것이며 탈북자들을 과거 쿠바나 베트남 난민들처럼 우선 심사 대상으로 지정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탈북자 지원단체들의 활동을 고무하는 내용은 중국 등지의 미국 공관에 탈북자들이 몰려드는 현상을 부를 수도 있다.

또 상원 수정 과정에서 역내 국가들이 참여하는 북한과의 지역 인권대화를 추진토록 하고 국무부에 북한인권 담당 특사를 두도록 한 조항을 신설한 것은 한국 정부를 긴장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 정부 반응=정부는 이날 “다른 나라의 의회 입법사항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성명이나 논평을 일절 내지 않았다. 그동안 법안 통과가 충분히 예견돼온 만큼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분위기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대북 인도적 원조를 분배 투명성과 연계하고, 비인도적 원조엔 북한 인권의 실질적 진전 여부를 연계하도록 한 당초 규정이 상원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회 권고’ 사항으로 수정되면서 법안내용 중 우려할 만한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이 법안을 ‘북한붕괴법안’이라고 비난해온 북측의 반발이 거세지면 남북 교류협력은 물론 한반도 정세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법안이 북한 인권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미국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인권법안 주요 내용
구분주요내용
북한 주민인권 보호·북한의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 시장경제 증진 프로그램을 육성하는 민간 비영리단체들에 2005∼2008회계연도에 매년 200만달러 지원·대북 라디오방송 하루 12시간으로 늘림, 매년 200만달러 지출
·역내 국가들이 참여하는 북한과의 지역 인권대화 추진
·미 국무부 내 북한인권담당 특사 임명
북한 주민 지원·미국의 대북 인도적 원조는 국제적 기준에 따라 분배 및 감시, 비인도적 원조는 북한 인권 등 실질적 진전 여부와 연계(의회 권고조항, 법적 구속력 없음)
·탈북자들에게 인도적 원조를 제공하는 단체 및 개인 지원을 위해 2005∼ 2008회계연도에 매년 2000만달러 지출
북한 난민 보호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헌법상 한국 국민이라는 이유로 미국으로의 난민 또는 망명 신청 자격을 제한받지 않도록 규정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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