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에는 헌법에 규정된 죄형법정주의, 조세법률주의, 예산안의 국회심의권을 위반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위반자에게 벌을 주는 범죄구성 요건은 죄형법정주의에 의해 법률로 정해야 한다. 그러나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음주운전 단속기준은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담겨 있다.
국가 재정 운용에 미치는 중요성이 큰 사항도 명백히 법률로 규정돼야 한다. 그런데도 대규모 투자사업의 무분별한 착수 및 확대를 막기 위한 총사업비 관리제도와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같은 것은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고 기획예산처 지침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득세법에서 납부 불성실가산세액의 세율을 시행령으로 규정한 것도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는 예다.
시행령과 규칙은 법률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한 사항에 관해서만 규정될 수 있는데도 ‘법 위에 존재하는’ 시행령이 적지 않다. 행정부의 월권에 국회의 직무태만이 합쳐져 나타난 현상이다.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포괄 위임도 문제지만 모법(母法)이 위임하지 않은 사항을 행정부처가 시행령이나 규칙으로 끼워 넣은 것은 당연 무효라고 할 수 있다.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시행령은 단순한 절차 및 형식상의 오류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 중대한 잘못이다. 국회는 이를 당장 법률로 바꾸거나 폐기해야 마땅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