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美학교, 탈북자 9명 中공안에 인계…中 입장 강경

  • 입력 2004년 9월 30일 18시 42분


북한을 떠나 중국에서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의 한국행이 더욱 험난해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망명을 요구한 탈북자 9명이 중국 상하이(上海) 미국 국제학교에 진입했다가 중국 공안당국에 인계된 데 이어 중국 당국은 전날 주중 캐나다 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44명의 신병 인도도 이례적으로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 당국은 또 탈북자의 공관 진입 시 흉기 소지나 폭력 행사는 ‘일종의 테러 행위’로 간주해 사법 처리하겠다는 단호한 방침이다.

▽탈북자 인권과 테러 방지의 충돌=탈북자의 주중 외국 공관 진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탈북자 인권 존중’ 못지않게 ‘테러 방지’에 상당한 정책적 무게가 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측이 최근 흉기를 소지하고 주중 한국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2명에 대한 신병 인도를 강력히 요청하면서 “진짜 테러범이 탈북자를 가장해 대사관에 난입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따진 것도 이런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상하이 미국 국제학교측이 탈북자들에게 “공공시설에 들어올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하고 학생들이 수업 받고 있으니 나가달라”고 요청한 것도 탈북자의 인권보다 학생들의 안전을 우선시한 결과로 보인다고 정부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미국 국제학교측이 탈북자들을 중국 공안에 넘기기 전에 미국 총영사관이나 대사관에 탈북자 진입 사실을 통보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탈북자의 공관 진입 악순환 가능성=불가침권이란 외교 특권이 적용되는 외국 공관은 탈북자들에겐 자유의 땅이나 다름없다. 외교 관례상 외국 공관에 진입한 사람이 자신의 자유의사에 반해 주재국측에 신병이 넘겨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탈북자들의 외국 공관 진입이 빈번해지자 경비를 강화했고, 탈북자들은 이를 뚫기 위해 흉기를 소지하거나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추세다. 이런 ‘기획 진입’이 중국 당국을 다시 자극해 강경한 탈북자 정책을 펴게 하는 악순환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자유의사에 반해 무리한 북송을 추진하는 반(反)인도주의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정부 내엔 많은 편이다.

한 관계자는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전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중국이 ‘반인권 국가’란 오명을 쓰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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