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감에선 전체 의원 299명 중 초선이 62.5%(187명)를 차지할 정도로 대폭 물갈이 된 만큼 과거처럼 의원들의 고자세와 막말 등 볼썽사나운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상임위 현장 곳곳에서 초선 의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눈길을 끌었다.
▽‘튀어야 산다’=소방방재청에 대한 행정자치위 국감에선 하루 내내 방독면의 안정성 여부를 둘러싼 ‘즉석 실험’이 벌어졌다.
방송 앵커 출신의 초선인 한나라당 박찬숙(朴贊淑) 의원은 현장에서 직접 방독면을 태워 구형보다 신형 방독면에 먼저 불이 붙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초선인 같은 당 이명규(李明奎) 의원도 문제의 방독면에 직접 라이터로 불을 붙이며 “2002년 8월부터 방독면 단가를 낮추기 위해 방독면 보호천 재질을 면에서 폴리에스테르로 바꿔서 문제가 생긴 것이지 외피니, 내피니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거들었다.
이에 열린우리당 우제항(禹濟恒) 의원 등은 “문제의 방독면은 질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어서 용도가 다르다”며 “똑바로 답변하라”고 정부측을 엄호했다.
시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한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정화원(鄭和元) 의원은 점자로 만든 질의자료를 들고 국감에 나섰다.
▽“의욕이 넘쳐요”=23명 위원 중 무려 18명이 초선인 문화관광위에선 ‘의욕’이 넘쳐 질의 제한시간(15분)을 넘겨 위원장에게 질의 시간 연장을 요청하는 해프닝이 자주 벌어졌다.
기자 출신인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여권 주도의 이른바 ‘언론개혁’에 대한 ‘항의성’ 질의에 시간을 쏟다가 준비한 질의 대부분을 서면 질의로 대체하기도 했다.
특히 초선 의원들은 국정감사 보도자료가 눈길을 끌 수 있도록 갖은 포장을 동원했다. 열린우리당 강혜숙(姜惠叔) 의원은 보도자료 표지로 녹색 노란색 용지를 사용했고, 같은 당 이광철(李光喆) 의원은 한지로 만든 보도자료 표지에 서예가가 써준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기도 했다.
▽불꽃 튄 ‘초선론(論)’ 공방=통일외교통상위의 통일부 국감에선 한나라당이 업무 보고를 생략하자고 제안하자 열린우리당 이화영(李華泳) 의원이 “중요한 현안이 다 들어있으니 한번 들어보자”며 ‘겸허한’ 초선론을 펼쳤다.
이에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의원이 “나도 초선이지만 통외통위 위원으로서 그 정도는 알고 왔다”며 ‘준비된 초선론’으로 맞불을 놓자 이 의원은 “내가 공부가 덜 됐다는 뜻은 아니다”고 곧바로 응수했다.
▽실정 비판엔 여야가 따로 없다?=국회 문광위의 문화관광부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인 우리나라의 행사준비가 부실한 데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이 “문화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2003년 12월 조직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도서전 행사 준비가 미궁에 빠져 행사를 반납할 위기에 처해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자 열린우리당 민병두(閔丙두) 의원은 “출판계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현 단계에서 준비상황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에서는 열린우리당 정봉주(鄭鳳株) 의원이 “고교등급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교육부만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 조배숙(趙培淑) 의원은 “최근 교육부가 마련한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이 고교등급제를 부추기는 등 문제가 많다”라고 각각 정부를 비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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