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이 연구소를 방문했다고 한다. 11월 말에는 일본 고위관리들이 EU 핵심기구를 둘러보고 이 연구소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측 관계자의 방문요청은 없다는 게 마리오 텔로 연구소장의 지적이다.
이날 한 북한 사람이 ‘EU도 결국 미국 앞에서는 너무나도 약한 존재가 아니냐’고 지적하자 텔로 소장은 “유럽이 뭉치는 이유는 미국에 대항하는 블록을 형성하기 위함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을 건설하려는 데 있다”고 말했다.
EU의 그런 태도에서 우리는 분명히 배울 점이 있다. 남북통일과 동북아 지역협력이라는 우리의 ‘시대적 과제’를 실현하려면 EU처럼 주변 강국들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목표를 관철해 내는, 보다 성숙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학연구소에서 보면 우리는 EU에 대해 북한보다도 관심을 덜 갖는 듯하다. 실제로 우리 외교는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치우쳐 EU에 대해선 소홀한 게 사실이다.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기치로 출범한 동북아시대위원회는 “EU의 벨기에처럼 동북아 지역협력 관련 국제기구를 한국에 유치하자”고 말한다. 그런 다짐이 허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화되고, 실속 있고, 미래에 투자하는 외교가 필요하지 않을까.
허승훈 스위스 제네바대학 박사과정·정치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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