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국정감사]막말… 엉터리 자료… 17代도 역시나!

  • 입력 2004년 10월 8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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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의원들의 자질 부족과 무성의한 태도, 준비 소홀로 구태를 벗지 못하고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고성과 막말=6일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산업자원위원회의 국감에서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국감장 마이크가 고장 나 스피커에서 굉음이 터져 나오자 벌떡 일어나 직원들을 향해서 “야, 너희들 이래도 되는 거야, 사장 너 죽을래”라고 소리쳤다.

이날 행정자치위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열린우리당 홍미영(洪美英) 의원은 서울시 관제데모 의혹을 추궁하면서 이명박(李明博) 시장에게 답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홍 의원은 일방적으로 질의를 한 뒤 “대답은 자료에 있으니까 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 시장의 답변을 끊었다.

5일 문화관광위의 한국관광공사에 대한 국감에서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질의 도중 갑자기 출석한 관광공사 1급 이상 공무원들을 일어서게 한 뒤 “얼마나 능력이 되느냐”고 질의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공무원의 가족들이 이 장면을 보면 어떤 느낌이겠느냐”고 항의했다.

이날 환경노동위의 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공성진(孔星鎭) 의원은 정병석(鄭秉錫) 차관에게 “미국 대선에서 부시와 케리 중 누가 이길 것 같은가”라고 물었다. 정 차관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자, 공 의원은 “그런 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장관을 보좌하겠는가…”라며 다그쳤다.

▽엉터리 통계자료, 재탕에 3탕=열린우리당 박기춘(朴起春) 의원은 6일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통해 “7월 1일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도입된 도봉로 등 3개 도로의 버스전용차로 구간에 대해 버스의 속도를 분석한 결과 전용차로 시행 전후의 속도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서울시장을 다그쳤다.

그러나 박 의원이 제시한 수치는 버스끼리의 속도 비교가 아니라 지난해 승용차의 하루 평균 속도와 올해 전용차로를 달리는 출퇴근시간대의 버스 속도를 비교한 것으로 판명됐다.

민노당 단병호(段炳浩) 의원은 7일 중앙노동위원회 국감에서 “2003∼2004년 8월까지 12개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 1276건 중 111건(8.7%)만 인정됐고, 중앙노동위원회의 경우 434건 중 82건(18.9%)만 인정했다”며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기가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 의원은 통계조사에서 ‘화해 및 취하 사건’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나라당 고경화(高京華) 의원은 4일 “영국에서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인간광우병)에 의해 사망한 환자가 헌혈한 혈액으로 만든 혈액제제(폐암 진단용 시약)가 1997년 수입돼 국내 환자 1492명에게 투약됐다”며 “원인균인 ‘프리온’은 열처리를 해도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이 시약을 맞은 1492명 모두가 병에 감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병에 걸린 사람의 혈액을 원료로 만든 혈액제제를 맞고 문제가 생긴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공연히 불안감만 증폭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밖에 8일 정무위원회의 자산관리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대우건설 주간사회사 매각 선정과 관련한 임직원의 비리를 폭로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재탕’에 불과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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