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연욱]‘스파이’라고 비난하기 전에…

  • 입력 2004년 10월 8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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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spy):간첩, 한 국가나 단체의 비밀을 경쟁 또는 대립 관계에 있는 국가나 단체에 몰래 제공하는 사람.’

최근 여야가 국정감사에서 기밀 여부를 놓고 벌이는 ‘스파이’ 공방을 보고 찾아 본 스파이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이다. 바꿔 말하면 스파이란 이적행위를 하는 존재다.

7일 국회 국방위에서 열린우리당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한나라당 박진(朴振) 의원을 겨냥해 “대한민국 안보에 큰 위협을 주고 있는데 그것이 스파이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4일 국감에서 박 의원이 “한국군 단독 전력으로는 16일 만에 수도권이 함락된다”고 밝힌 것이 2급 비밀인 국방연구원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열린우리당은 8일 박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물론 그가 좀 더 신중을 기했더라면 공연히 정쟁의 빌미를 제공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실제로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인터넷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여기에다 안 의원을 비롯한 여권이 박 의원을 과연 이적행위를 했다는 논리 아래 스파이로 모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국민의 안보 불안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는 최근 여권이 보이고 있는 행태가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여권의 국가보안법 개폐 추진이 보수층을 중심으로 얼마나 큰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는지는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다.

여권 내에선 또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도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기류가 적지 않다. 여권 내에선 심지어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강력하게 제기돼 장병들을 비롯한 국민의 안보 경각심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물론 남북 화해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안보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 한국 사회의 일방적 안보 무장해제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염두에 둔다면 여권이 안보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은 삼가야 할 것 같다.

정연욱 정치부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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