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에 핵 해결 촉구 안하나 못하나

  • 입력 2004년 10월 10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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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국 정상이 모인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평화적 해결과 6자회담 과정을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하고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는 의장성명이 채택됐다. 북한의 핵무장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결집된 것이다.

그러나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 ASEM 결과에 만족해서 긴장을 늦추기에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북핵 논의를 위한 유일한 채널인 6자회담의 ‘9월 말 이전 개최 합의’가 깨진 데 이어 미국 대선에서는 북핵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북한이 4∼7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결은커녕 평화적 방법으로는 북한의 핵무장을 막기 힘든 위험한 순간으로 하루하루 다가가고 있는 듯한 위기감이 감돈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지나치게 안이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부터 6자회담을 촉구한 ASEM 합의와 뉘앙스가 다른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ASEM에서 별다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확신한다”고 했고, 러시아 방문 때는 “조급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래서야 북한이 무슨 부담을 느끼겠는가. 한국이 북핵 문제를 주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인식할 리 없다.

북핵은 남의 문제가 아니다. 에두를 이유도, 쉬쉬할 이유도 없다.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정부의 불만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대통령이 어렵다면 외교 안보 통일 분야를 관장하고 있는 통일부 장관이라도 직접 북한을 향해 유감을 표시하고 6자회담에 나올 것을 촉구해야 한다.

정부가 미 대선의 승자(勝者)가 대북정책을 정립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 더욱 문제가 심각해진다. 만약 차기 미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포기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미국에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꾸준히 강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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