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반대 공문 사실로…서울시 문건 ‘보고여부’ 쟁점

  • 입력 2004년 10월 10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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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서울시의회 주최의 수도 이전 반대 집회에 주민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각 구청에 협조를 요청하는 ‘업무연락’이란 이름의 문서를 보낸 사실을 시인했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유감’을 표명했으며, 열린우리당은 이 시장과 신연희(申燕姬) 서울시 행정국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키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시의 시인 및 해명=김병일(金丙一) 서울시 대변인은 9일 ‘수도 이전 반대 행사 안내 문건에 대한 사실 해명’이란 제목의 해명서를 통해 시가 일선 구청에 이 문서를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

김 대변인은 “서울시의회 명영호(明英鎬) 수도이전반대특별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서울시 행정과에서 관련 문서를 팩스로 일선 구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러나 이는 시의회의 요청에 따라 연락을 대행해 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문제의 문건은 서강석(徐康錫) 행정과장 주도로 작성돼 전달됐으며 직속 상급자인 신 행정국장이나 이 시장은 이 사실을 6일 열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정감사 때까지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시장은 “국감 이전에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국감 때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시의회의 요구에 따라 행사협조문을 자치구에 안내하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협조의 하나로 그 자체가 법에 위반되거나 논란의 본질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남은 의문점 및 위증 논란=서울시는 실무부서 책임자가 알아서 한 일로 상급자와 이 시장은 전혀 몰랐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문서 작성 및 배포와 관련한 공무원들의 일반 관행과 비교할 때 다소 차이가 난다. 행정과장이 자신 명의의 ‘업무연락’ 문서뿐만 아니라 상급자인 신 행정국장 명의의 문서까지 사전 허락을 받지 않고 보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 행정국장은 지난달 14일 각 구청의 행정관리국장을 불러 승용차자율요일제와 관련한 회의를 하면서 “17일 수도이전 반대 집회가 열리는데 시의회에서 협조 요청이 왔으니 도와 줘라”라고 당부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신 행정국장이 사전에 이를 알고도 국감에서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위증 혐의로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의 경우는 문제의 문건에 대해 사전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감에서 여당 의원이 문제의 문건을 제시하며 사실 여부를 추궁하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자”고 답변하기도 했다.

▽여야 공방=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 관계자 스스로 공문을 만들어 발송한 점을 인정한 만큼 이를 부인한 서울시장과 행정국장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위증”이라며 “행자위가 고발하고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발 시기에 대해서는 “당장 할 수도 있고 국감이 끝난 후 할 수도 있는 만큼 상임위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서울시가 각 구청에 보낸 문건이 관행에 따른 비공식 문서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여당의 정치공세 중단을 촉구했다.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시장이 업무연락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이 문제를 종결지어야 한다”며 “여당은 야당 지자체장과 정략적 시비를 하지 말고 국감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라”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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