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를 가다]자이툰-쿠르드, 재건-치안 ‘相生’

  • 입력 2004년 10월 11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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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부대의 차량들이 11일 물자 전달식을 갖기 위해 시내로 나오자 아르빌 시민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르빌=연합
자이툰부대의 차량들이 11일 물자 전달식을 갖기 위해 시내로 나오자 아르빌 시민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르빌=연합
쿠르드 속담에 “쿠르드인의 친구는 산(山)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에는 쿠르드의 슬픈 역사가 담겨 있다. 쿠르드족은 4000여년 전부터 이라크, 터키, 이란, 옛 소련 남부에 걸쳐 살아왔지만 나라 없는 설움을 곱씹어야 했다. 인구가 3000만명에 이르고 독자적인 말과 문화를 지녔는데도 독립국가를 이루지 못했다. 몇 차례 기회는 있었지만 그때마다 이용만 당하고 염원인 독립을 쟁취하지 못했다. 그러니 어떤 나라도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민주당(KDP) 당수는 자이툰부대 황의돈 부대장을 만났을 때 “이제 ‘쿠르드인의 친구는 산과 한국’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두 민족은 수천년간 접촉 없이 살아왔다. 한국군의 파병으로 뜻하지 않게 시작된 두 민족의 만남은 후세에 어떤 인연(因緣)으로 기록될까.

▽일치되는 양자의 이해관계=현재로서는 한국과 쿠르드는 상호보완적인 목표를 갖고 있어 좋은 인연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우선 자이툰부대는 전투나 치안유지보다는 평화재건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쿠르드족은 자신들의 민병대가 치안을 유지하고 외국군(한국군)은 경제 지원에만 전념하길 기대한다.

바르자니 당수의 조카인 니제르반 바르자니 자치정부 총리는 10일 한국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이라크 과도정부가 민병대 해체를 종용하고 있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생활수준이 한국의 1960년대 말∼70년대 초 수준인 쿠르드는 한국에서 경제원조와 경제발전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한다.

대신 쿠르드는 자이툰부대와 현지 체류 한국 민간인의 안전을 보장함으로써 한국군이 경제재건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악연(惡緣)의 우려도=양자 중 한쪽이 일방적 이익만을 추구하거나 이라크 및 국제정세가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면 인연은 악연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쿠르드족이 다른 민족이나 인접국가와 심각한 갈등을 빚으면서 독립을 추구한다면 전체 아랍권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한국과는 상호보완적인 목표를 갖기 어렵다.

한국의 경제원조는 쿠르드족이 원하는 것과 이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라크 남부 사마와 지역 주민들이 일본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가졌다가 자위대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일본에 대한 배신감을 갖게 된 사례는 타산지석이다. 경제원조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주거나 쿠르드 내부의 정치상황이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원조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병기특파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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