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복도에까지 빼곡하게 자리 잡은 한센병 환자 400여명은 한센병 환자 자활단체인 한빛복지협회 임두성 회장의 차별실태 보고를 들으며 눈가를 훔쳤다. 한센병 환자들이 대외적인 공개행사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우리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는 것을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은 만성이 됐지만 타고 가던 버스와 열차에서 강제로 끌어내려지거나 식당에서 밥이 다 떨어져 팔 수 없다고 거절을 당할 때는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부모를 숨기면서 고아 아닌 고아로 자란 한센병 환자 2세들, 결혼식 전날에야 부모를 찾아와 결혼 사실을 알린 아들과 그 아들을 부둥켜안고 눈물만 흘린 부모, 정식 교사 한 명 없는 소록도병원 내 학교…. 한센병에 대판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깊이를 가늠케 하는 일화가 줄줄이 소개됐다.
한센병은 새로운 환자 발병률이 1년에 20명 정도에 불과하고 발병해도 완치가 가능하며 전염력이 거의 없는 ‘퇴치된 질병’. 하지만 2만여명에 달하는 국내의 한센병 환자들은 그릇된 사회 인식 때문에 아직도 전남 고흥군 소록도 국립병원을 비롯한 88개 정착촌에서 격리된 삶을 살고 있다.
1960년대 초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이 고흥군 오마도 북쪽 바다를 메워 330만평의 농지를 조성해 자활촌으로 건설하려 했으나 완공을 앞두고 당국이 한센병 환자들을 배제한 뒤 지역주민에게 간척지를 나눠준 ‘오마도 사건’ 같은 억울한 일도 여러 번 겪었다.
변협의 ‘한센병 인권 소위원회’ 박찬운(朴燦運) 위원장은 “오마도 간척사업은 권력이 한센병 환자들을 착취한 대표적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한센병과거사 특별기구 설립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한편 변협과 공동으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제강점기에 강제 격리돼 노역한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의 보상청구소송을 추진 중인 일본 변호인단 대표 도쿠다 야스유키(德田靖之) 변호사는 “승소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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