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 같은 요구는 부당하다. 기지 이전 협상에서 C4I에 대한 한국측 부담이 900만달러를 넘지 않도록 한 것은 말 그대로 ‘이전 비용’이다.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가는 ‘C4I 현대화’는 전혀 별개의 사안인 것이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2조 및 5조에서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시설과 구역의 사용을 공여 받고’ ‘군대의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키로 한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미국은 용산기지 이전을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 계획의 일환으로 보는 한국 내 일각의 여론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필요에 따른 기지 이전에 한국이 왜 비용을 대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은 터에, 미국이 부담할 몫까지 한국에 전가한다면 여론은 더 악화될 게 뻔하다. 미국으로선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결과를 부를 수 있다.
두 나라가 초안을 주고받은 상태이니 협상의 여지는 충분하다. 미국은 과도한 요구를 철회하고 보다 합리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기 바란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잘못을 지적하는 당당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지금은 양쪽 모두 작은 문제 때문에 동맹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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