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代도 똑같네”…구태여전 國監 이대로 좋은가

  • 입력 2004년 10월 18일 18시 21분


‘검토하겠다.’ ‘참고하겠다.’ ‘연구하겠다.’ ‘지도하겠다.’ ‘조사하겠다.’

2004년 국정감사 비정부기구(NGO) 모니터단이 선정한 피감기관의 회피 답변 ‘베스트 5’다. 이 지적처럼 각종 국감 현장에서 피감기관들의 답변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감사를 벌이는 의원들의 자세도 문제다. 일부 의원들은 감사원의 각 부처에 대한 지적사항을 조금 바꿔 자신이 독자적으로 제기한 문제인 것처럼 ‘질의 자료’로 버젓이 배포하고 있다.

심지어 부처의 정책자료집을 자신의 정책자료집으로 둔갑시키는가 하면 다른 의원의 요구 자료를 자신의 자료집에 버젓이 실어 표절 시비까지 일고 있다.

피감기관의 인쇄비용만도 42억7000만원(참여연대 추산)에 이르는 국감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감은 1988년 13대 국회 때 부활된 뒤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오랜 적폐 청산과 권력형 부정비리의 폭로 기능으로 한때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언제든 국회를 열 수 있는 사실상의 ‘국회 상설화’가 이뤄진 데다 국감이 여야 정쟁(政爭)의 장으로 변질되고 의원들의 한건주의와 피감기관의 무성의한 자세가 겹치면서 국감 개폐론이 본격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14일 “국감의 구조적 결함을 고치기 위한 근본적 수술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국감의 질적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국감에 참여하고 있는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무성하다. ‘386’세대인 열린우리당 백원우(白元宇) 의원은 스스럼없이 자신을 ‘국감 폐지론자’라고 말한다.

같은 당 민병두(閔丙두) 의원은 국감의 고비용·저효율성을 지적하면서 △연중 상시 국감 △연중 순회 감사 △국감 지적사항 검증장치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의원은 “국감이 핵심 이슈를 깊이 있게 다뤄 결말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희대 김민전(金玟甸·정치학) 교수는 “위원회별로 연중 수시감사 제도를 도입하고 특정 기관이나 정책에 대한 집중감사로 전환해 정부 견제를 실속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명지대 윤종빈(尹鍾彬·정치학) 교수는 “국회 예산정책처를 국감에 적극 활용하고 입법지원기구를 설치하는 등 의원들의 전문적 역량을 강화하는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는 한 매년 부실국감 논란만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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