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앙합동신문조(합신조·국가정보원 주도)는 현장조사 후 “북한군이 침투한 것이 아니라 남한 민간인이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국방부에 따르면 A사단 박모 상병과 이모 일병은 비무장지대(DMZ)를 야간 순찰하던 중 철책 아래쪽 부분에 가로 40cm, 세로 30cm 크기의 구멍이 ‘□’ 형태로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현장에 출동한 합신조는 병사들이 구멍을 처음 발견한 주(主)철책뿐 아니라 1∼2m 더 안쪽에 있는 보조 철책, 군사분계선 500∼700m 앞에 설치된 추진(追陣)철책 등 3중 철책 모두에서 비슷한 크기와 형태의 구멍을 하나씩 찾아냈다.
육군 관계자는 “그 정도 구멍이면 작은 몸집의 사람이 충분히 드나들 수 있다”며 “특히 발견 당시 각 구멍은 절단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잘려 나간 철책 부분에 의해 다시 가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 황중선(黃重善·육군 준장) 작전처장은 이날 오후 6시 합신조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철책이 절단된 방향과 형태, 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과 손자국 등을 고려할 때 신원 미상의 사람 한 명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군의 침투 가능성을 배제했다.
황 처장은 “잘라낸 철책으로 구멍을 다시 가린 수법이 매우 허술해 군인의 소행으로 보기 어려우며 절단 형태도 그동안 우리 군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군의 수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월북자를 남한 민간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군은 이날 오전 4시10분 연천군 일대에 발령했던 ‘진돗개 하나(대간첩작전의 최고 단계)’와 인근 철원군에 내린 ‘진돗개 둘(대간첩작전의 중간 단계)’을 오후 6시반경 모두 해제했다. 한편 군 당국은 해당 부대에 대해 철책 절단 현장을 포착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한편 철책 경계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