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장치웨(章啓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탈북자 지원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엄단 방침을 밝히면서 “학교 및 외교공관의 정상업무에 지장을 주고 그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선궈팡(沈國放)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주중 캐나다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44명의 신병 인도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데 이은 초강경 발언이다.
▽중국 강경 선회 배경=“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형국이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탈북자 지원단체에 대한 거액 후원을 명문화한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최근 발효된 데다 탈북자의 외교공관 및 학교시설 진입이 계속 증가했기 때문. 지난달 1일 탈북자 29명의 베이징(北京) 일본인학교 진입과 29일 44명의 캐나다대사관 진입, 이달 22일 29명의 베이징 한국국제학교 진입 등 그 규모도 대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진입 러시를 방치하자니 치안 유지나 테러 방지 차원에서 부담이 되고, 이들을 철저히 단속하자니 ‘반(反)인권국가’란 국제적 비판에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 특히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 있는 상황이어서 탈북자 문제에 딜레마를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중국 당국이 탈북자 문제를 치안 차원에서 다루려 하는 것을 보면, 이 문제를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다루려는 외교당국이 공안당국에 밀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이 최근 탈북자의 흉기 소지나 폭력 행사를 ‘일종의 테러 행위’로 간주해 자국 형법으로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주중 한국대사관에 여러 차례 전달한 것도 이런 강경 기류를 반영한다.
▽정부 대응과 NGO 반응=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NGO 단속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지만 당장 탈북자들의 자유의사에 반해 무리한 북송을 추진하는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선 ‘공관 진입=한국행 보장’이란 그동안의 등식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탈북자 지원단체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千璂元) 대표는 “탈북자의 공관 진입을 돕는 사람들은 순수 NGO가 아니라 ‘브로커’들이 대부분”이라며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탈북자 지원 NGO들과 진지하게 대화하고 적절한 역할분담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