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간지럽네” - “낯 뜨겁네”…파월 美국무 방한 후일담

  • 입력 2004년 10월 27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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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사진)의 1박2일(20시간) 방한은 이런저런 후일담을 남겼다.

▽“폴란드는 웁니다”=파월 장관은 26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하며 이같이 말했다. ‘주 폴란드 대사였던 크리스토퍼 힐 대사가 한국으로 떠나자 폴란드 국민이 섭섭해 한다’는 의미로, 은근히 힐 대사의 능력을 치켜세운 것.

이에 반 장관은 힐 대사가 주한 미 대사로선 처음으로 광주 국립5·18묘지를 방문한 것을 거론하며 “한국민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한 힐 대사의 노력을 치하한다”고 화답했다.

▽‘통역이 기가 막혀’=26일 한미외무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참석한 두 나라 취재진은 통역에 대해 각각 불만을 토로했다.

파월 장관의 통역인 재미교포 김모씨는 그동안 어눌한 통역으로 한국 정부와 취재진을 당혹스럽게 했던 인물. 그는 이번에도 ‘미국은 3차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의 의견을 반영한 수정안을 제시했다’는 파월 장관의 발언을 ‘3차 회담에서 제안한 안을 수정했다’고 통역했다. 이 때문에 마치 미국이 ‘새로운 안’을 마련한 것처럼 들려 한때 혼선을 빚었다.

김숙(金塾)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27일 오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그 부분은) 미국측 통역이 오역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반면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날 신문에서 “한국의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북핵 문제에 대한 미측의 접근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더욱 ‘창의적이고 현실적인 접근(creative and realistic)’을 요청했는데 한국측 통역이 이 표현을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김정일 최측근 잃어”=파월 장관은 26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최측근을 잃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상황이 어떠냐”며 장성택 실각설, 고영희 사망설 등에 대해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그 ‘최측근’은 한때 북한의 실질적 권력서열 2위로 평가받던 장성택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그는 2월경 북한 내부 권력투쟁 과정에서 숙청돼 한 초대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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