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고민끝 南 온 탈북자 동성애자에 속아 빈털터리 신세

  • 입력 2004년 10월 27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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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탈북자는 배고픔이나 정치적 박해를 피해 탈북을 결심하지만 전혀 상상 밖의 이유로 탈북한 사람도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최근호(28일자)는 동성애로 인한 고민에 시달리다 한국으로 넘어온 장영진씨(44·사진)의 사연을 소개했다.

북한 함경북도에서 수산업 노동자로 일하던 장씨는 어머니의 소개로 미모의 여교사를 아내로 맞았으나 전혀 성욕을 느낄 수 없었고 잠자리는 스트레스와 불쾌감의 연속이었다.

결혼 7년이 넘도록 아이가 없자 장씨는 아내와 함께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았으나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동성애자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후 간신히 아들을 낳았으나 장씨는 결국 결혼 9년 만에 이혼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좀처럼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 당국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내가 없어지면 아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중국으로 탈북해 한국대사관을 찾았으나 거절당했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장씨는 강원도 휴전선을 넘어 남쪽 땅을 밟았다. 조사 과정에서 그가 밝힌 탈북 이유는 아내와 잠자리를 갖기 싫었다는 것.

한국에 온 지 2년가량 지났을 때 장씨는 우연히 신문에서 2명의 남자가 키스하는 사진을 보게 됐다.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고 순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달았다.

이후 게이 잡지를 읽고 게이 바를 방문하면서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장씨는 무한한 행복을 느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게이 바에서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졌으나 그 남자는 지난해 장씨가 모은 적금 5000만원을 모두 가지고 달아났다.

집까지 잃고 병든 몸으로 경기 안산시의 한 월세 집에서 살고 있는 장씨는 “남한에 적응하기가 휴전선을 넘기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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