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률부총장 “南北교수 기숙사 상주 北학생들과 생활”

  • 입력 2004년 10월 27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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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률 연변과학기술대 부총장이 내년 9월 개교하는 ‘평양과학기술대’의 운영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귀포=구자룡기자
이승률 연변과학기술대 부총장이 내년 9월 개교하는 ‘평양과학기술대’의 운영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귀포=구자룡기자
《국내 대학 교수 50명가량이 평양에 상주하면서 북한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6∼28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3회 세계 한상(韓商)대회에 참가한 연변(延邊)과학기술대 이승률(李承律) 부총장은 27일 본사 기자와 만나 이 같은 내용의 ‘평양과학기술대 운영 방안’을 밝혔다. 》

이 부총장에 따르면 2001년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으로부터 설립 승인을 받아 평양시 낙랑구역 보성리에 짓고 있는 평양과기대는 내년 9월 개교할 예정이며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석사와 경영학석사(MBA) 등 3개 과정을 운영한다. 우선 석사과정 100명으로 시작해 몇 년 안에 4년제 학부 과정까지 총 2500명 정원의 대학과 대학원을 개설한다는 계획.

석사과정에는 주로 김일성대, 김책공대 등의 이공계 졸업생을 받아들이고 학생과 교수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할 예정이다.

평양과기대 교수진은 약 100명으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및 외국인 교수들로 구성된다. 또 일부 북한 교수들도 참가한다.

이 부총장은 “교수진의 절반가량인 50명은 국내 각 대학에서 강의 중인 교수들로 구성할 예정”이라며 “이미 일부 교수들은 연변과기대에서 ‘평양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당국이 평양과기대 설립을 승인한 것은 그만큼 선진 과학기술 교육에 대한 필요가 크기 때문”이라며 “학교 운영과정에서 자연스레 학생 및 주민들에게 시장경제와 글로벌 스탠더드가 전파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평양과기대 운영 계획 등에 관한 일문일답.

―국내 대학 교수들이 평양에서 강의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는 없는가.

“북한이 2001년 1월 평양과기대 설립을 승인한 후 한국 정부도 그해 6월 승인했다. 교수 충원 등 대학 운영에 필요한 여러 사항을 검토한 후 승인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교수들은 얼마나 오래 평양에 상주하나.

“평양과기대는 교수와 학생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 평양에 가는 교수들은 강의기간 에는 평양에서 머물 예정이다. 가족은 동반하지 않고 교수 혼자 간다. 상주 기간은 강의 일정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본다. 6개월 강의를 두 명이 맡으면 3개월씩 머물 수도 있고, 6개월이나 1년 강의 기간 줄곧 머물 수도 있을 것이다.”

―교수 선발은 어떻게 하나.

“해당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은 물론 북한 사회에 적응하기 쉬운 분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계획이다. 옛 공산권 등에서 강의한 경력이 있는 분들이 평양에서 상주하며 강의하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선발 계획을 곧 마련해 신청도 받고 국내 각 대학과 협의할 예정이다.”

―평양과기대는 대학원 중심 대학인가.

“IT석사, BT석사, MBA 등 3개 분야 대학원 과정을 운영해 학생 수를 석박사 과정 합쳐 500명가량으로 할 예정이다. 그 후 학부생도 뽑아 장기적으로는 학부 대학원 모두 합쳐 2500명가량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북한 당국의 대학 설립 승인 서류에 ‘대학에 지식산업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총장에게 위임한다’는 구절이 있는데….

“평양과기대는 단순히 교육기관이 아닌 일종의 산학협동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다. 즉 한국 등 외국의 벤처기업이 평양과기대에 프로젝트를 의뢰하면 관련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과학기술의 습득은 물론 세계 개방경제에서 이뤄지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연변과기대나 평양과기대 모두 국내외 뜻있는 기업과 독지가, 해외동포들의 기부금으로 주로 운영되는데 평양과기대를 세울 비용은 마련되어 있는지….

“상당히 부족하다. 평양과기대 설립에는 약 400억원가량의 비용이 필요한데 앞으로도 상당액을 모아야 한다. 이번 한상대회에 참가한 식품유한공사도 연변과기대가 평양과기대 설립 비용 일부라도 벌기 위해 세운 회사다. 한국 정부에도 지원을 부탁해 놓았다. 남북관계가 진전돼 한국 기업들이 평양과기대와 산학협동을 하고 싶어 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연변과기대는 기업이 아니면서도 1회 대회 때부터 꾸준히 한상대회에 참가하고 있는데….

“민족대학이 한민족 축제에 참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는 특히 평양과기대 설립에 해외 동포 기업인들이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주요 관심사다.”

서귀포=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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