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주성영의원 “깍두기머리 임금님 386은 베짱이떼”

  • 입력 2004년 10월 28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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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주성영(朱盛英·사진)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 원고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의 386세대를 각각 ‘깍두기 머리 임금님’과 ‘베짱이 떼’에 비유해 논란을 빚었다.

그가 공개한 ‘대통령과 기생계층에게 고함’이란 제목의 우화 내용은 ‘동방의 작은 나라를 다스렸던 깍두기 머리 임금님이 베짱이들에게 속아 수만금을 주고 정직한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는 옷을 샀다. 당시 한탕 크게 하고 사라진 베짱이는 모두 386마리였다’는 것이다.

임금님은 보이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며 옷이 보인다고 자신을 속였고, 베짱이들은 임금님의 이 같은 부정직함을 이용해 기생하면서 큰 이득을 챙겼다는 내용이다. 주 의원은 또 ‘깽판’ 등의 과격한 용어를 써가며 노 대통령의 정국 운영 방식을 비판했다.

주 의원은 “노 대통령이 잘한 두 가지 중 한 가지는 국민들을 지역별 계층별 세대별로 갈가리 찢어놓은 점이다. 다른 한 가지는 민생경제를 쑥밭으로 만들고 국가경제를 깽판 쳐 남북한간의 경제적 평등을 이룩했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노 대통령의 측근인 열린우리당 서갑원(徐甲源) 의원은 “대정부질문 원고의 내용이 이런 수준이니 이해찬 국무총리가 그에 상응하는 대응으로 한나라당을 ‘차떼기 당’이라고 비판한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다음은 주 의원의 해당 발언 전문.

여러분,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아시지요?

개미들이 여름 내내 열심히 일하는 동안, 베짱이들은 나무그늘에서 노래하거나, 낮잠을 자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겨울이 되자 개미들은 따뜻하게 지내지만, 베짱이들은 눈길을 헤매며 고생한다는 줄거리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옛날이야기일 뿐, 요즘 베짱이들은 결코 그렇게 살지 않습니다.

동방의 작은 나라를 깍두기 머리 임금님이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임금은 국사는 돌보지 아니하고, 국고를 탕진하면서, 오로지 멋있는 옷을 입고 폼 내기를 즐겼다고 합니다.

어느 날, 여름 내내 낮잠을 즐기며 놀던 베짱이들이 베틀을 가지고 그 나라에 당도하여 임금님을 만났습니다.

"임금님, 이 세상에 단 한 벌밖에 없는 옷을 짜 드리겠습니다. 이 옷은 정직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고, 마음 나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런 신기한 옷입니다."

임금님은 크게 기뻐하며 수만금을 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베 짜는 곳으로 구경을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베짱이들이 빈 베틀을 가지고 노는데, 원사나 옷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임금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훌륭한 옷감이로구나. 이렇게 고운 색깔이 어떻게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그 얼마 뒤, 드디어 임금님이 새 옷을 입고, 종로거리를 행차하는 역사적인 날이 밝았습니다. 사람들이 정말 구름같이 모였습니다.

베짱이들이 미리 나팔수를 동원해, 만조백관을 매수해 놓았으므로, 모두 한결같이 "우와, 우리 임금님 옷, 정말 짱이다."라면서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그러나 그때 한 어린이가 그만 자신도 모르게 외쳤답니다.

"에이, 우리 임금님은 벌거숭이다."

아 이제 난리가 났습니다. 정말 큰일 아닙니까? 그런데 그때, 술이 얼큰하게 취한, 두목 베짱이가 황급히 부복하며, "저 놈은 부정직하고, 나쁜 놈입니다."라고 아뢰었습니다.

이에 벌거숭이 임금님은 크게 안심하고 기뻐하시며, 겁에 질린 어린이에게 말했습니다.

"이 놈아, 너의 권능은 너 스스로 지켜야지."

이에 만조백관들은 얼굴을 들지 못한 채 "성은이 오로지 짱입니다."를 합창하였답니다.

나중에 들리는 얘기로는, 당시 한 탕 크게 하고 사라진 베짱이들의 수는 모두 386마리였다고 합니다.

임금님, 이젠 제발 바지 좀 입으세요.

뭐라고요? 투명해서 좋다고요?

벤저민 프랭크린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음식은 자신을 위해 먹지만, 옷은 남을 위해 입는다"고.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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