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이념狂風 휩싸여 대통령 한발짝 물러서야”

  • 입력 2004년 10월 28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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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열린우리당 김부겸(金富謙) 의원 등이 이례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방식을 정면 비판한 것은 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여권 내부의 심각한 우려와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의 비판=김 의원은 이날 국회 연설에서 “모든 것을 이념적 차원으로 가져가서 이념적 대립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일종의 미친 바람이다. 이런 광풍(狂風)에 휩싸여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잃고 있다”고 최근 정국에 관해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도 대통령께서는 앞으로 가급적 이념 문제에 대해서는 한 발짝 물러나 주시기를 부탁한다”면서 “대통령이 정책에서는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고 정치적 사안에서는 가급적 여당 야당과 국회에 맡기는 것이 맞다. 앞으로 이념이나 이데올로기 문제에 대해선 대통령께서 아예 초연한 자세를 취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또 미국의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노변(爐邊) 담화’를 통해 어려움에 처한 국민의 용기를 북돋았던 일화를 언급하며 “모름지기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국민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학용(辛鶴用) 의원은 사전에 배포한 질의원고를 통해 “여러 개혁정책이 거론되고 입법이 추진되었지만 결실을 본 것은 없어 일부에서는 개혁에 대해 변죽만 울리고 있다고 한다”며 “우리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자책했다.

또 양승조(梁承晁) 의원은 “경제적으로 너무나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 얼마만큼 희망과 만족을 주었는가를 생각해볼 때 가슴이 답답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역시 질의원고를 통해 밝혔다.

▽당내 ‘물밑’ 여론의 표출=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에 대해 열린우리당에선 ‘터질 것이 터졌다’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의 언사에 대한 비판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는 문제였지, 어차피 한 번은 터져 나올 말이었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국정 경험이 별로 없어 시행착오를 너무 많이 겪는 것 아니냐”며 국정혼선을 우려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386 의원들조차 사석에선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여론에 개의치 않고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하면서, 대립을 유발하는 노 대통령에 대한 당 내부의 누적된 우려가 마침내 수면 위로 표출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여권 내부의 갈등으로 이어질 소지도 없지 않아 보인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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