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북부 아르빌의 자이툰부대에 머물고 있는 한 민간인은 27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직감적으로 테러가 일어난 게 아닌가 불안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지난달 22일 한국군이 이라크에 들어온 뒤 주둔지 부근에서 일어난 첫 폭발이란 점에서 심리적 충격이 적지 않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테러 공격 아니다”=자이툰부대는 28일 “폭발사고는 방목장의 양들이 불발탄을 밟아 폭발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방부 남대연(南大連) 대변인은 “미군, 자이툰부대 폭발물 제거반, 쿠르드족 민병대 페슈메르가 등이 확인한 결과 폭발 현장에서 지름 5cm, 깊이 50cm의 구멍이 발견됐다”면서 “박격포탄이나 로켓추진총유탄(RPG-7)의 공격으로 만들어지는 구덩이와는 각도나 모양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남 대변인은 또 “폭발지역은 목초지대로 자이툰부대 병력의 이동 경로는 아니며 과거 이라크 포병여단 진지여서 불발탄이 터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자이툰부대 주변에 박격포와 로켓포를 발사할 수 있을 만한 지점에는 주야간 투시경을 갖춘 한국군이 배치돼 있는데다 경계 사각지대에도 폐쇄회로(CC)TV가 수십대 설치돼 있어 테러 공격이라면 즉각 포착된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테러 가능성도 있다”=아르빌에서 취재 중인 아리랑TV 관계자에 따르면 폭발이 있기 전인 이날 오전 자이툰부대에 대한 공격 가능성 첩보가 입수돼 부대원과 영내 거주 민간인들의 외부 출입이 금지됐다.
아르빌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인 모술 등 인근 지역은 사실상 이라크 저항세력이 지배하고 있어 조만간 테러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첩보가 꾸준히 감지되고 있다. 이라크 저항세력이 최근 아랍어 웹사이트에서 위협한 한국군 철수시한에서 불과 하루 지난 시점에 폭발이 일어난 것도 석연치 않다.
자이툰부대는 19일 한국군이 7일 이내(26일) 철수하지 않으면 테러를 감행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24일에는 ‘무자헤딘(이슬람전사)들이 아르빌로 이동해 한국군을 공격하라’는 메시지가 아랍어 웹사이트에 오르기도 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그동안 양떼들이 수없이 사고 현장을 돌아다녔지만 폭발이 없었던 사실도 ‘과거 매설물의 단순 폭발’이라는 국방부측의 설명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국방부는 이날 “양떼가 죽은 위치가 폭발 중심에서 1∼30m 떨어져 있을 정도로 폭발이 위력적이었는데도 폭발지점 구멍이 어떻게 지름 5cm, 깊이 50cm밖에 안 되느냐”는 지적에 대해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이호갑기자 gdt@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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